[기고-고성윤] 北 대남심리전 어떻게 극복할까

입력 2014-01-30 01:34


북한의 대남 비방이 도를 넘고 있다. 말로야 무엇이든 뱉어낼 수 있겠으나 한 나라의 격을 생각하면 북한의 행태는 ‘주폭(酒暴)’ 수준을 한참 넘는다. 김정은만 언급하면 ‘최고 존엄’을 내세워 바짝 전의를 불태우면서, 정작 그들 시각에서 보면 ‘최고 존엄’인 대한민국 대통령에 대해선 인면수심(人面獸心)의 막말을 쏟아낸다. 그런데 최근 부쩍 늘어난 북한의 원색적인 ‘말’의 도발은 대남 심리전 셈속에서 수행되고 있어 문제다. 이에 대해 사사건건 민감하게 대응할 가치는 없으나, 경계의 고삐만큼은 바짝 조일 필요가 있다. 예리한 대남 심리전 창끝이 우리를 겨누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심리전 요원들이 노리는 일차적 공략 대상은 종북세력과 반정부 불만 세력이다. 이들을 숙주(宿主)로 삼아 대남 심리전의 전초기지로 악용할 가능성이 높다. 당면한 문제는 ‘김씨 왕조’의 사상과 가치를 이식하고자 우리 사회의 약점을 파고드는 대남 심리전에 동조하는 세력이 약화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이에 대한 우리의 취약한 대비태세다. 대남 심리전은 하루가 다르게 강화되고 있음에도 경각심을 일깨우기는 고사하고 사태의 심각성에 대한 변변한 논의조차 없다. 댓글 논란과 관련, 당리당략에 함몰된 채 정작 해야 할 기본 임무는 방기하고 있지 않는가.

문제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 북한이 벌이는 새로운 전쟁의 핵심은 머리(이념·가치)와 마음(심리·정서)을 공략하는 데 있다. 과거 지·해·공 중심으로 수행되던 고전적 전쟁 양상은 오늘날 과학기술 발전에 힘입어 우주와 사이버 공간이 더해진 5대 전장의 시대로 변모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제6의 전장’이라 할 수 있는 대남 심리전까지 극복해야 할 처지다. 현재 북한의 대남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제6의 전장’의 확대다.

‘제6의 전장’에서 벌어지는 북한의 대남 심리전의 목표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 목표는 헌법가치의 훼손이다. 우리 사회를 뿌리째 흔들어 헌법질서를 무력화하는 것이다. 두 번째 목표는 유튜브 및 트위터 등 사이버 공간에서의 주도면밀한 공격으로 우리 사회를 심리적 공황상태로 내몰자는 것이다. 정치에 대한 혐오감 확산, 계층·지역 간 위화감 조성, 국군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는 심리전이 주를 이룬다. 광우병 같은 괴담류 확산도 심리전의 한 방법이다. 세 번째 목표는 탈북자 및 특정 인사에 대한 협박을 통해 활동을 위축시키는 데 있다. 특히 유의할 것은 탈북자에 대한 테러 협박이다. 북한은 ‘탈북자들을 물리적으로 없애버리겠다’고 공공연히 협박한다. 이는 ‘우리 국민’에 대한 명백한 테러다.

단기적 대응책은 엄정한 법 집행과 대북 심리전 능력을 강화하는 일이다. 헌법을 훼손하거나 괴담 유포 등의 범법행위에 대해서는 사법 당국의 엄정한 대처가 필요하다. 아울러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기술적 방어능력의 제고와 함께 대북 심리전 재개를 포함한 보다 공세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북한의 태도를 보아 전단 살포와 대북 방송도 고려할 사항이다.

중장기적 대응책은 헌법에 있다. 헌법은 국가 이념과 윤리의 규준(規準)이다. 헌법적 가치가 국민들 마음속에서 살아 있어야 사회가 안정되고, 국민 통합도 가능하다. 헌법적 가치의 체화가 필요한 이유다. 유년기부터 성인까지 수준별 맞춤식 헌법 교육이 필요하다. 헌법적 가치가 신념화되어 개인 삶과 행동의 기준이 되었을 때 비로소 우리는 북한의 심리전을 극복할 수 있다. 따라서 역사교육 강화와 함께 헌법에 대한 교육의 의무화 또한 절실하다.

고성윤(한국국방연구원 명예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