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선물 못받고 매출 줄고… 中 공무원·상인들 ‘우울한 춘제’

입력 2014-01-30 01:33


“공무원도 상인도 불만스러운 춘제(春節·설).”

홍콩 명보(明報)는 최근 말(馬)의 해인 2014년 춘제를 앞둔 중국 내 분위기를 다룬 기사에서 이런 제목을 달았다. 공무원들은 예년 같으면 공식적으로 주던 춘제 선물마저 없어질 만큼 관가에 찬바람이 불자 원성을 쏟아내고 있고 상인들은 이러한 상황 때문에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자 역시 울상이다.

하급 공무원 상당수는 “공무원의 새로운 기풍을 강조한 ‘8개항 규정’이 너무 획일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정상적인 복리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과거 춘제 때면 기관별로 상품 구입 카드나 추첨을 통해 선물 등을 줬으나 이마저도 없어졌다고 했다.

한 국영기업은 5성급 호텔에서 하던 송년회를 구내식당에서 열었다. 특히 ‘술·담배 판매점’ 상인들은 공무원 선물용으로 사가던 술과 담배가 크게 줄자 춘제 연휴 기간에 아예 문을 닫고 쉬겠다고 밝혔다.

베이징에서 발행되는 신경보(新京報)가 최근 공무원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도 눈길을 끈다. 응답자 10명 가운데 8명은 “춘제 선물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더욱이 이들 가운데 90% 이상은 “공무원 하고 싶지가 않다”고 대답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집권한 뒤 쉴 틈 없이 부패 척결을 밀어붙이자 “재미가 없다”는 뜻이다. 한 공무원은 “2013년 전에는 300∼500위안(약 5만3000∼8만8000원)짜리 선물카드를 매년 10장가량 받았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베이징 외교가 소식통은 “이번 춘제를 앞두고 중국 정부 측 인사에게 ‘선물을 전달해도 좋으냐’고 의사를 타진했더니 ‘안 보냈으면 좋겠다’고 했다”면서 과거와는 달라진 상황을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무원들이 기업 등의 초청에 응해 식사를 하거나 암암리에 선물카드를 받는 사례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춘제를 앞두고 민심을 잡기 위해 소수민족 지역, 산간벽지, 군부대 등을 방문하는 행보를 계속했다. 특히 신화통신은 현 지도부가 관례대로 당 원로들에게 ‘문안 인사’를 드린 사실을 전하면서 수십명에 달하는 원로 명단을 장쩌민(江澤民)·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말고는 밝히지 않아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서는 사법처리를 앞두고 있는 저우융캉(周永康) 전 상무위원을 의식했다거나 원로들의 영향력 축소를 노렸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중국 교통 당국은 춘제 동안 전국적으로 이동하는 인구는 연인원 36억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특별 수송기간인 ‘춘윈(春運)’은 지난 16일부터 다음 달 24일까지 40일 동안 계속된다. TV 뉴스에서는 최근 들어 철도 노선별로 아직 표가 남았거나 매진된 노선을 수시로 알려주고 있다. 주요 관광지 호텔은 연휴를 이용한 여행객을 겨냥해 투숙비를 이미 20∼40%가량 올렸다.

국영 CCTV는 설날 특집 오락 프로그램 ‘춘완(春晩)’에 “한국 스타 이민호가 출연한다”면서 뉴스 시간에 이민호 인터뷰를 내보내는 등 시청자들의 관심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중국의 한 민속학자는 “중국에서는 종교 활동이 자유롭지 못한 만큼 춘제를 거의 종교 행사처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