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불황 타고… 브리지 주얼리 뜬다
입력 2014-01-30 01:33
‘불황일 때는 빨간 립스틱과 미니스커트가 인기를 끈다’는 공식에 조만간 새로운 제품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바로 브리지 주얼리(Bridge Jewelry)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29일 “최근 패션업계에서 눈길을 끄는 트렌드 중 하나는 순도가 낮은 편인 14K 골드나 작은 사이즈의 다이아몬드를 사용한 10만∼100만원 수준의 브리지 주얼리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브리지 주얼리는 말 그대로 ‘가교 보석’ 또는 고품격 아래 단계의 ‘중(中)품격 보석’을 지칭한다. 24K 순금이나 희귀 보석이 들어가 수백만∼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고가의 ‘파인(Fine) 주얼리’와 귀금속을 사용하지 않아 10만원 미만인 ‘패션 주얼리’ 사이의 보석류 제품을 일컫는다.
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가 지난해 11월 한국주얼리산업전략포럼에서 발표한 조사를 보면 2011년 5조3018억원이었던 우리나라 주얼리 시장은 2012년에 5조1099억원, 지난해 4조9622억원으로 계속 감소해 왔다. 연구소는 우리 경제가 저성장 기조로 들어가면서 소비심리가 위축됐고, 고급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떨어진 게 주얼리 시장 침체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주얼리업계의 전반적인 침체 속에서 브리지 주얼리의 성장세는 눈에 띈다. 지난해 6000억원에서 올해는 시장 규모가 1조원대에 달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브리지 주얼리가 인기를 끈 이유로 불황기에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려는 여성 소비자들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또 트렌드 변화가 빠른 패션 아이템이나 소모성이 강한 화장품에 비해 브리지 주얼리는 가격에 큰 부담이 없으면서 사용기간이 길다는 점도 소비자들에게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유명인을 앞세운 스타 마케팅도 매출 증가에 한몫했다. 브리지 주얼리를 여배우 등이 착용하면서 제품의 품격을 높여 소비자들의 만족도도 올렸다는 것이다.
국내 브리지 주얼리 브랜드인 제이에스티나는 2008년 피겨스케이팅 스타 김연아 선수를 시작으로 가수 소녀시대와 배우 김수현, 송혜교, 다코타-엘르 패닝 자매 등을 모델로 기용하면서 스타 마케팅에 불을 질렀다. 2004년 63억원이었던 이 회사 매출은 지난해 710억원(추정)으로 급성장했다. 다른 국내 브리지 주얼리 브랜드 스톤헨지도 배우 한채영, 신세경, 이민정 등을 기용해 인지도를 높였다.
외국계 브리지 주얼리 브랜드들도 스타 마케팅에 가세했다. 판도라는 지난해 배우 고소영을 모델로 세운 뒤 매출이 전년 대비 260% 뛰었다. 폴리폴리도 지난해 배우 한지혜를 모델로 기용해 매출이 전년보다 20% 이상 늘었다. 최근엔 디디에두보가 배우 전지현에게 협찬하면서 매출이 2.5배 신장했다.
폴리폴리 관계자는 “불황이 지속되는 한 저렴한 가격에 만족도가 높은 주얼리 브랜드를 찾는 ‘똑똑한 소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