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마케팅 제한조치 한미 통상문제로 비화 조짐

입력 2014-01-29 03:33

금융당국이 카드 정보유출 대책 중 하나로 내세운 텔레마케팅(TM) 제한 조치에 외국계 보험사들이 잇달아 반발하고 나서 한·미 통상문제로 비화될 조짐이다.

28일 보험업계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AIA생명 홍콩본사는 최근 금융위원회에 TM 제한 조치를 철회해줄 것을 요구하는 항의 서한을 보냈다. 서한은 “이번 조치로 인해 영업에 차질을 가져와 상당히 힘들다. 이를 재고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AIA생명은 미국계인 AIG의 계열사였으나 현재는 독립해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TM 제한 조치를 시행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상황을 좀 더 지켜볼 것”이라며 “이는 외국계뿐 아니라 국내 보험사에도 적용되기 때문에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위배되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또 이날 오전에는 AIG손해보험, 에이스손해보험, 라이나생명 등 미국계 보험 3사 대표들이 주한미국상공회의소 관계자들과 조찬회동을 하면서 당국의 조치가 무리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주한미국상공회의소는 전날 이들 미국계 보험 3사를 포함해 외국계 생·손보사에 전화를 걸어 의견을 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보험 3사의 TM 영업 비중이 80∼90%에 이르고, 다른 외국계 보험사들도 TM이 영업과 수익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전속 TM에 대해 예외적 허용을 받은 라이나생명도 전체 5400여명의 설계사 가운데 비전속 설계사 2800여명은 실직 위험에 처해 있다.

TM 제한 조치는 이미 업계에서 광범위한 반발을 사고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생명보험업종본부는 성명서를 통해 “당국의 조치는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있는 1만6000여명에 달하는 생명보험 TM 노동자들을 사실상 실업자로 만드는 행위”라며 “금융당국이 져야 할 책임을 TM을 통해 삶을 영위하고 있는 모든 이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지난 26일 은행 보험 카드 등 전 금융사가 문자메시지(SMS), 이메일, 전화로 대출을 권유하거나 영업하는 행위를 27일부터 전면 금지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그러나 업계의 반발이 일자 부랴부랴 기존 상품을 갱신하는 경우에 한해 전화 영업을 허용키로 했으며 3월 말 이전이라도 TM 제한을 풀어주는 방안을 검토키로 하는 등 사실상 졸속 정책임을 자인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