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 도전장 김무성 “당권 싸움이 아니라 정당개혁 싸움”
입력 2014-01-29 01:38
‘찌라시’와 ‘철도노조 파업 철회 합의문’.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만큼 이질적인 요소를 한 몸에 갖춘 정치인도 드물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사전 유출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11월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의 해명이 찌라시 발언으로 확산되면서 진보 진영의 격한 반발을 샀다. 김 의원은 “대선 당시 보고받은 문건의 형식이 찌라시와 비슷했다고 말한 것인데, 마치 시중에 떠도는 찌라시를 보고 말한 것처럼 와전됐다”고 답답해했지만 여론의 비판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랬던 그가 지난해 12월 30일 민주당 박기춘 의원과 함께 철도노조 파업 철회를 이끌어내며 영화 같은 정치스토리의 주역이 됐다. 이번에는 “정치가 모처럼 국민들의 답답한 가슴을 뻥 뚫어줬다” “이래서 정치가 필요하다” 등 찬사가 쏟아졌다. 그의 지지율도 덩달아 올랐다.
실세지만 친박 주류가 아닌 것도 이질적인 요소다. 그런 그가 정당 민주주의를 기치로 새누리당 대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당권 싸움이 아니라 ‘정당 개혁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싸움”=“무대가 의회주의자로 돌아왔다.” 김 의원이 지난해 4·24 재보선에서 승리하고 국회로 다시 돌아왔을 때 새누리당 주변에 퍼진 말이다. 김 의원은 친이계로부터 한번, 친박계로부터 또 한번 낙천의 아픔을 겪었다.
대구·경북 지역의 한 의원은 28일 “두 번이나 공천 학살을 당한 김 의원이 정당 개혁을 들고 나오면 공감하는 의원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지난 24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구상을 밝혔다. 그는 “정당 민주주의의 핵심은 국회의원의 공천권을 지역 주민들에게 돌려주는 것”이라며 “그래야 의원들이 당 지도부나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국민들을 향한 정치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권을 쥐고 싶어서가 아니라 공천 개혁을 중심으로 한 정당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당 대표가 되려는 것”이라며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고 좋은 공천시스템을 만들어 놓는 게 내게 주어진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구체적인 청사진 마련에 이미 착수했다. 여론조사에 기반한 오픈프라이머리(개방형 예비경선)가 대안이다. 지역주민들의 민심을 파악하는 데 여론조사보다 더 정확한 방법은 아직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오픈프라이머리가 인지도 높은 현역 의원에게 유리한 제도라는 점을 감안해 정치 신인에게 가산점을 주거나 현역 의원들에게 감점을 주는 보완책도 구상하고 있다.
◇“박근혜정부 성공을 돕는 방법론이 다를 뿐이다”=그의 정치적 행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하다. “결국은 자기 정치를 하기 위해 겉포장만 정당 민주주의를 내건 것 아니냐”는 의심도 있다. 청와대·친박 주류와의 불편한 관계는 숙제다. 그의 소신 발언을 ‘월권’이나 ‘도전’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도 팽배하다. 김 의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김 의원은 일부 친박 주류들과 달리 잘못된 부분이 노출됐을 경우 이를 바로잡고 가야 국민들이 더욱 박근혜정부를 지지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면서 “박근혜정부 성공을 위한 방법론이 다를 뿐”이라고 말했다.
정당 개혁의 성공 여부는 김 의원의 정치적 운명을 쥐고 있다. 줄 세우기·뒷돈 등 폐해가 없는 새로운 공천 시스템이 열매를 맺으면 대권이라는 새로운 목표에 다가갈 수 있다. 하지만 정당 개혁이 성공하지 못하면 그의 정치역정도 미완으로 끝맺을 가능성이 크다.
8월 중후반 실시가 유력한 새누리당 전당대회는 1차 시험대다. 서청원 의원이 지난 27일 “대권에 나올 사람은 당권에 나오면 안 된다”면서 견제구를 날렸으나 그는 침묵했다. 정당 민주주의를 내건 그의 소신이 일반 국민과 새누리당원·대의원의 마음을 얼마나 움직일 수 있을지가 벌써부터 관심사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