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결국 사퇴 카드 꺼내든 베테랑 감독의 결단

입력 2014-01-29 01:38

“다시 기회를 준 구단에 고마운 마음뿐이었다. 보답하기 위해 신명을 다했지만 부족함을 통감한다. 하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도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해 사퇴를 결심했다.”

서울 삼성 썬더스 김동광(61) 감독이 성적부진을 이유로 27일 전격 사퇴했다. 환갑을 넘긴 ‘열혈남아’ 김동광 감독은 2004년 이후 8년 만인 2012년 4월 삼성 감독으로 재취임해 전 시즌 최하위 팀을 노련한 경험과 리더십으로 6강에 진출시켰다. 이번 시즌에는 4강 진입을 목표로 의욕적인 출발을 했지만 주력선수들의 연속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김 감독은 1997년 프로농구리그가 출범한 이후 지도자, 경기행정가, 해설위원을 거쳐 다시 지도자로 돌아온 한국 프로농구계의 거목이다. 코트 위에서 특유의 카리스마를 보이는 김 감독은 무엇보다 선수들의 정신력을 강조한다. 조금이라도 의욕이 없는 모습을 보이면 이내 불호령이 떨어진다.

“마지막으로 프로감독을 맡았던 2004년과 비교할 때 선수의 하드웨어는 훨씬 좋아졌고, 선수 연봉도 많이 늘었어요. 그러나 선수들은 내적으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좋게 말해 자신감과 우월감이지만 달리 말하면 조금 거만해졌다고나 할까요.”

돌아온 농구 코트는 그의 카리스마를 수용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최근까지도 선수들의 안이한 플레이를 꼬집었다. 김동광 감독은 직설적으로 말하는 스타일이다. ‘볼이 뜨겁냐’ ‘수비할 때 서 있는 넌 ∼의 편이냐’ ‘수비는 열정이야, 임마!’ 등 수많은 어록을 남겼다.

삼성은 이제 김상식(46) 감독대행-이상민(42) 코치 체제로 잔여 시즌을 치르게 됐다. 김 감독대행은 “감독님을 잘 보필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동반퇴진을 생각했으나 감독님 사퇴의 뜻이 퇴색되지 않도록 주어진 소임을 다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28일 현재 14승25패를 기록 중인 삼성은 8위로, 6위 오리온스와 4.5경기 승차가 나고 있다. 감독 교체가 어떤 효과가 가져올지 주목된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