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심리인데… 신흥국發불안감 주변국 확산 조짐

입력 2014-01-29 01:36


회복 국면에 접어드는가 싶던 우리나라 경제에 신흥국 발(發) 위기로 인한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경제가 흔들리고 중국, 일본 등 주변국으로 여파가 미칠 조짐을 보이면서 다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드는 국면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8일 “올해 신흥국시장의 둔화 가능성 등 세계경제의 대전환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신흥국 시장의 불안이 생각보다 빨리 오고 있다”며 “특히 이번에는 지금까지의 대외불안요인과 달리 수출 등 한국경제의 실물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기준 한국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5년물)에 대한 CDS 프리미엄은 74bp를 기록했다. CDS프리미엄은 국가 및 상품의 부도위험을 보여주는 지표로 숫자가 높을수록 위험도가 크다는 의미다. 지난해 12월 18일 55bp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를 찍은 뒤 상승세다. 지난해 말 대비 변동폭은 +8bp로 일본(14), 중국(25), 브라질(18), 러시아(22) 등보다 작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원·달러 환율도 불안한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신흥국 상장지수펀드(ETF) 변동성지수는 최근 일주일 동안 45.3%나 오르며 혼돈을 겪고 있는 신흥국 시장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이날 “아르헨티나에서 재정 및 통화 긴축 조치가 단행되지 않으면 인플레 우려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신청 가능성도 거론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아르헨티나 외환위기가 주변국으로 전염될 가능성은 적다고 평가했다. 국제금융센터 이상원 연구원은 “전 세계 은행들의 아르헨티나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456억 달러로 브라질(4979억 달러), 멕시코(3773억 달러), 칠레(1440억 달러) 등 주변국에 비하면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아르헨티나 외환위기 우려가 터키, 태국 등과 함께 신흥국 전반에 대한 불안으로 확산될 경우 우리나라도 간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루팅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에서) 대규모 디폴트 및 은행파산 등은 발생하지 않겠지만, 정부의 금융질서 확립 의지로 일부 투자신탁상품 디폴트 가능성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물경제의 직접적 영향만큼 경계해야 할 것이 경제주체들의 심리적 위축이다. 또 다른 기재부 관계자는 “경제는 심리인데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공포를 경제주체들이 또다시 느끼는 게 우리 경제에 더 큰 타격이 된다”고 지적했다.

한장희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