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정보유출 사태 일파만파… 경제에도 ‘찬물’

입력 2014-01-29 02:32


이번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태는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우리 경제에 찬물을 끼얹었다. 카드 사용 위축에 따른 소비 감소 우려와 함께 관련 업계 매출 및 고용 감소로 1분기 경제 성장률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빅 데이터 산업 육성 등 중장기적 국정과제 추진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 1순위를 내수 활성화로 잡았다. 침체된 소비를 되살려 체감경기를 올리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신용카드 중심 지출습관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이번 정보유출 사태로 카드사용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이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12년 민간 소비 지출액 680조7600억원 중 신용카드 사용액은 451조3400억원(66.3%)에 달했다.

당장 정부가 내수 활성화 차원에서 준비 중인 카드 포인트 등 ‘잠자는 돈 활용방안’도 내놓기 전에 효과가 감소됐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에 따르면 이번 정보유출 사태에 따른 카드 해지나 회원 탈퇴로 68억원의 카드 포인트가 사라졌다.

금융위원회가 3월 말까지 금융사 텔레마케팅(TM) 영업을 금지하면서 전국적으로 약 10만명에 이르는 TM 종사자들은 실업자가 될 처지다. 정부는 이들의 고용유지를 독려하고 있지만 3월이 지나도 TM업계 고용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TM으로 인한 매출이 사라지면서 금융사의 올 1분기 매출도 급감할 수밖에 없다. 철도파업 악재로 경제상승률이 0%대(전 분기 대비)로 떨어진 지난해 4분기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하경제 양성화, 빅 데이터 산업 활성화 등 현 정부가 내건 국정과제 추진에도 이번 사태는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28일 “신용카드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면서 일시적일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현금거래 비중이 높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시중에 내놓는 5만원권 지폐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금 지출에 따른 탈세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창조경제의 핵심과제로 추진하던 빅 데이터 산업 위축도 불가피해졌다. 빅 데이터는 인터넷 등 각종 네트워크망을 통해 생성되는 거대한 정보 덩어리를 뜻한다. 정부는 쓸모없는 정보를 수집, 분석해 가치 있게 만드는 빅 데이터 산업을 육성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산업의 반대급부인 정보유출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가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기가 힘들어졌다.

실물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진 않지만 경제팀의 수장인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소비자 책임 발언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경질성 경고를 받은 것도 향후 경제정책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