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극장가] 로맨스·향수·동심의 세계로 초대하는 영화들

입력 2014-01-29 01:35


명절 연휴는 온갖 화제작이 봇물을 이루는 극장가 대목이다. 올해 설 연휴 역시 화려한 출연진과 독특한 이야기를 앞세운 수많은 작품이 관객을 기다린다. 남녀노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가벼운 영화가 많다는 게 이번 설 연휴 극장가의 특징이다.

◇‘대세’는 코미디=지난해 설과 추석 연휴엔 거대한 스케일을 자랑하거나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작품이 많았다. 가령 설 연휴엔 안타까운 부녀의 이야기를 다룬 ‘7번방의 선물’,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진화를 보여준 ‘베를린’이 나란히 인기를 끌었다. 추석 연휴엔 송강호 김혜수 이정재 등 톱스타가 대거 출연한 대형 사극 ‘관상’이 관객몰이에 큰 성공을 거뒀다.

반면 올해 설 연휴 극장가엔 예년에 비해 무게감이 느껴지는 대작은 없는 편이다. 하지만 각양각색 스토리로 웃음을 선사하는 코미디 영화는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다.

우선 ‘피끓는 청춘’(감독 이연우)은 부모 세대에겐 아련한 향수를, 젊은층에겐 이종석 박보영 등 청춘스타들의 연기 변신을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영화는 1982년 충남 홍성을 배경으로 고교생들의 파란만장한 로맨스를 그려낸다. 이종석은 여고생들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바람둥이 중길 역을, 박보영은 홍성농고 여학생 ‘싸움짱’인 영숙 역을 열연했다. 능청맞은 충청도 사투리가 빚어내는 유머러스한 상황과 1980년대 문화를 꼼꼼하게 재연해낸 장면 등이 눈길을 끄는 영화다.

‘수상한 그녀’(감독 황동혁)는 며느리를 구박하고 아들 자랑이 유일한 낙인 70대 할머니 오말순(나문희)이 어느 날 갑자기 20대 몸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꽃처녀’로 돌아간 말순의 모습을 연기한 인물은 영화 ‘써니’(2011)에서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준 심은경. 그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원맨쇼’에 가까운 코믹 연기를 선보인다. 극장문을 나설 때쯤엔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는 점에서 명절에 딱 들어맞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조선미녀삼총사’(감독 박제현)는 ‘코믹 액션 사극’을 표방한 작품이다. 출중한 무술 실력을 자랑하는 ‘미녀삼총사’가 사라진 보물을 찾아달라는 왕의 밀명(密命)을 수행하는 내용.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 중인 MBC 월화극 ‘기황후’ 여주인공인 하지원이 현상금 사냥꾼 진옥 역을 연기했다.

외화 중엔 ‘위험한 패밀리’(감독 뤽 베송)가 눈길을 끈다. 영화는 범죄조직의 죄를 밀고해 조직원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범죄조직 전직 보스의 이야기. 로버트 드 니로, 미셸 파이퍼, 토미 리 존스 등 할리우드 베테랑 배우가 다수 출연해 색다른 웃음을 선사한다.

◇애니메이션 멜로 액션…취향 따라 골라보자=코미디 영화가 유독 많은 편이지만 설 연휴 극장가엔 여타 장르의 작품도 풍성하게 포진해 있다. 특히 아이들과 영화관을 찾는 관객이라면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는 애니메이션이 좋을 듯하다.

최근 북미 지역에서 한국영화 사상 최고 흥행 성적을 기록 중인 ‘넛잡: 땅콩 도둑들’(감독 피터 레페니오티스)이 대표적이다. 주인공은 말썽꾸러기 다람쥐 설리. 설리는 겨울을 나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땅콩가게 습격에 나선다. 캐릭터들의 슬랩스틱 코미디가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작품이다.

월트 디즈니가 만든 ‘겨울왕국’(감독 크리스 벅·제니퍼 리)도 빼놓을 수 없다. 원치 않는 마법을 가진 언니와 용감한 동생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동화 같은 이야기와 아름다운 음악이 돋보인다.

멜로 영화를 찾는다면 황정민 한혜진이 주연을 맡은 ‘남자가 사랑할 때’(감독 한동욱)를 보는 게 좋겠다. 밑바닥 인생을 살던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되는 내용이다. 영화는 뜨거운 구애와 사랑, 시한부 선고와 이별 등 신파 멜로의 모든 요소를 품고 있다.

명절의 단골손님인 중국 배우 청룽(成龍·성룡)의 새 액션 영화도 관객을 찾는다. 바로 청룽의 대표작인 ‘폴리스 스토리’의 최신 버전 ‘폴리스 스토리 2014’(감독 딩성·丁晟)다. 청룽은 강력계 형사로 분해 하나뿐인 딸을 지키고자 스스로 적의 인질이 되는 길을 택하는 인물을 연기했다. 지난달 중국 개봉 당시 개봉 첫날에만 116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올리며 청룽 영화 중 최고의 ‘오프닝 성적’을 기록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