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방 인민대표대회 ‘돈 선거’ 만연

입력 2014-01-29 01:34

“민주주의는 까마득한데 뇌물 선거는 이미 풍습이 돼버렸다.”

중국 각 지방에서 인민대표대회(인대) 대표를 뽑는 선거가 ‘돈 선거’로 변해버린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성·시 등 지방에서 행세하는 기업인들이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인대 대표로 진출, 해당 지방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해 사업상 이득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BBC 중문판은 28일 전국적으로 만연한 이러한 현상을 ‘돈과 권력의 결탁’이라고 지적하면서 구조적인 문제점을 파헤쳤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최근 다보스포럼 참석차 스위스를 방문한 길에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회견에서 “중국 공산당 내 선거제도는 서방국가의 거리에서 이뤄지는 선거보다 낫다”면서 중국의 일당독재를 옹호한 게 무색할 정도다.

지방 인대 선거가 타락하게 된 것은 간접선거로 치러지는 데다 인대 대표 후보자 구성과 ‘차액 선거’라는 독특한 방식이 결정적 이유로 꼽힌다. 친첸훙(秦前紅) 우한(武漢)대 교수에 따르면 각 시(市) 인대의 경우 후보자가 세 종류로 구성된다.

첫째는 각 성 당 위원회 조직부 등이 성 인대 상무위원회와 논의를 거쳐 내려 보낸 특수 신분 후보자가 있고 둘째는 시 당 위원회 조직부 등이 시 인대 상무위원회와 의논해 미리 결정한 후보자들이다. 시 인대가 공동으로 추천하는 나머지 후보자들이 셋째다.

첫째·둘째 후보군에 대해서는 인대 주석단이 사전에 시 인대 대표들에게 투표 과정에서 당선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기업인들이 대다수인 셋째 후보군만 ‘차액선거’ 방식으로 경쟁을 통해 당락이 결정되는 것이다.

차액선거란 당선자보다 후보자 수를 약간 더 많게 해 제한적인 경쟁을 유발하는 시스템으로 1970년 말부터 채택됐지만 ‘뇌물 선거’를 불러오는 주범이 돼버렸다. 후난성 헝양(衡陽)시에서 지난해 초 치러진 성급 인대 대표 선거에서 투표에 참가한 인대 대표 527명 가운데 521명이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더욱이 이러한 병폐는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를 출범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고쳐질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