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이만우] 항아리 깨야 청년고용 산다
입력 2014-01-29 01:34
청년실업이 정말 큰일이다. 생애 첫 직장 잡기에 실패한 취업재수생은 갈수록 늘어나는데 청년이 선호하는 대기업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든다. 군 복무부터 먼저 마치려는 지원자가 늘면서 입대날짜 잡기도 어렵다. ‘스펙 쌓기’ 휴학은 학년 구분도 없고 졸업예정자로 버티려는 ‘졸업 낙인 피하기’ 휴학도 눈물겹다. 동결된 ‘등록금’뿐만 아니라 추락하는 ‘등록률’도 대학 재정을 피멍들게 한다.
청년실업은 한 사람의 일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릴 위험인자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취업은 더욱 어려워지고 구직 단념으로 결판나는 경우도 많다. ‘구직 단념’이 ‘결혼 단념’으로 이어지면서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감소 우려도 심각하다.
불투명한 경기전망으로 올해 신규채용 규모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서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금융권 취업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증권회사는 감원바람이고 은행도 채용규모를 지난해보다 줄이는 추세다.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카드사 개인정보유출 사태도 금융권 수익악화로 이어져 채용시장에 냉기를 보탤 것이 분명하다.
신입사원 줄여 뽑기는 노동조합 파워가 강한 대형 사업장과 공기업에서 더욱 심각하다. 극심한 노사갈등을 경험한 기업은 사내하청 등 비정규직 활용을 늘리고 아웃소싱 범위를 확대함으로써 정규직 채용을 줄인다. 신입직원이 줄어들면 종업원 평균연령이 계속 올라가고 업무 승계도 부자연스러워진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훨씬 익숙한 컴퓨터 활용에도 문제가 생긴다.
외부 용역업체 직원이 막대한 분량의 개인정보를 USB에 복사해 들고 나가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 대형사고도 돌출했다. 컴퓨터 보안을 아웃소싱으로 때우려다 고객이탈과 신용추락으로 회복 불가능한 손실을 입었다. 정상적 신규채용으로 젊은 피를 적절히 순환시키지 못하면 세대 흐름의 감각을 잃어 존립기반이 흔들리는 치명적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청년 일자리는 적극적 기업투자로 창출하는 것이 정석이다. 기업투자를 위축시키는 과잉 규제를 재검토해 철폐 또는 재설계해야 한다. 일자리는 찾아 헤매면서도 일자리 만드는 기업가는 백안시하는 이중성도 버려야 한다. 이울러 경직적 노사관계와 무책임한 공기업 운영이 유발한 비정상적 연령구조를 속히 정상화해야 한다. 정상적 채용이 정착된 기업의 연령구조는 노사대립이 치열한 대기업 또는 공기업과는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
정상적 연령구조는 바닥이 넓고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지는 삼각플라스크 형태다. 그러나 정년보장이 강력하고 연공서열 승진이 고착된 일부 대기업과 대부분 공기업의 경우는 신규채용 기피로 가운데가 뚱뚱하고 윗부분과 바닥이 홀쭉한 항아리 모양의 연령구조가 형성된다. 항아리 모양 기업의 신규채용 경쟁률은 수백부터 수천 대 1까지 치솟는다.
공기업부터 항아리 구조를 깨뜨리고 정상적 삼각플라스크를 회복시켜야 한다. 걷잡을 수 없이 치솟은 신규채용 경쟁률이 낮아져야 공기업 개혁의 성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기관장 거취와 임직원 성과급과 연계되는 경영평가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업종이나 규모 차원에서 비교 가능한 민간기업의 연령구조 평균으로 표준을 설정하고 표준에서 이탈되는 비정상적 항아리 구조에 대해서는 대폭 감점해야 한다. 신규채용을 정상화하는 인력구조 개편 없이는 성과급은 꿈도 꾸지 못하고 기관장도 자리를 내놓게 해야 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청년실업 악화는 나라마다 공통적 현상이며 효과적 대응이 최우선 과제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경제운용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수적이다. ‘출산율 최저 교육열 최고’인 대한민국의 최선의 선택은 청년고용에 집중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것이다.
이만우(고려대 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