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잡는 겨울 별미 ‘무요리’… “엄마! 한그릇 더”
입력 2014-01-29 01:32
“엄마! 무 많이 있죠?”
이번 설 연휴 때 큰마음 먹고 제주도 친정에 다녀올 계획인 현정인(37·경기 김포시 사우중로)씨는 출발 전에 친정엄마한테 ‘무 챙겨 달라’는 전화를 넣었다. 김씨는 “몇 해 전 설 때 바리바리 챙겨주신 보따리 중 유난히 무거운 보따리를 열어보니 무였다. 이깟 무를 많이도 넣었다”고 구시렁거리면서 베란다 한쪽에 던져 놓았더란다. 한 보름쯤 지났을 때 마땅한 반찬이 없어 무를 쓱쓱 썰어 넣고 무밥을 지어 양념장을 곁들여 상에 올렸다고. 식구들은 무밥 한 그릇씩을 뚝딱 비우고 남편은 “한 그릇 더!”를 외쳤단다,
“설탕이나 조미료를 넣지 않았는데도 달콤하더라고요. 엄마가 왜 그렇게 무를 많이 주셨는지 알겠더군요.” 그 이후 김씨는 친정에 갈 때마다 무를 챙겨온다고 했다.
농협중앙회 산지유통본부 나승렬 본부장은 “시중의 겨울 무 90% 이상이 제주도 산”이라면서 “겨울 무는 맛만 좋은 것이 아니라 ‘동삼(冬蔘)’이라 불릴 만큼 영양가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나 본부장은 “무에는 비타민C, 포도당, 과당, 칼슘, 셀레늄 등 각종 약용성분이 풍부하고, 소화 촉진 및 항산화 효과, 발암물질 중화 효능까지 갖추고 있다”고 알려 준다.
‘동의보감’에서 구암 허준은 무의 소화작용에 관해 ‘식품을 소화시키며 중독된 것을 해독시켜주기 때문에 면류를 먹을 때면 반드시 무를 먹도록 하였다’고 적고 있다. 치킨에 치킨 무가 따라오는 것이 그냥 폼이 아니었던 것. 무를 생으로 먹어보면 겨자 못지않게 매콤한 맛이 난다. 이 알싸하고 매콤한 맛의 성분인 셀레늄이 우리 몸에서 항산화 작용을 한다. 즉 몸이 산화되는 것을 막아 노화를 방지해주는 것. 셀레늄은 식품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오는 수은, 카드뮴, 비소와 같은 대표적인 발암물질을 중화시켜준다. 무를 평소 꾸준히 섭취한다면 몸속에 발암물질이 쌓이지 않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푸드코디네이터 전영숙(국제그린컨설팅)씨는 “명절에는 갈비찜, 전 등 기름기 많은 음식을 먹게 마련인데 소화 작용을 돕고 다이어트 효과에 해독 작용까지 있는 ‘무’요리를 내놓아 보라”고 추천했다. 전씨는 손님상에 내놓으면 돋보일만한 ‘무새싹보쌈’, 간단하면서도 별미로 그만인 ‘무굴밥’, 연휴에 느긋하게 브런치(아점)로 즐길 만한 ‘무 감자 수프’를 추천했다. 일품요리와 별미 밥에 양식 수프까지 무는 영양만 풍부한 게 아니라 활용도도 높아서 주부들에게 사랑받을 만하다. 재료는 2인분 기준.
◇무굴밥
<재료> 무 300g, 굴 200g, 쌀·물 2컵씩, 양념장(송송 썬 실파 1컵, 깨소금·설탕 1큰술씩, 다진 마늘·참기름 2큰술씩, 간장 5큰술, 고춧가루·생강즙 1작은술씩)
<만들기> ①무는 5㎝ 길이의 보통 굵기로 채 썬다. ②굴은 옅은 소금물에 씻어 건진다. ③쌀은 잘 씻어 체에 건져 물기를 거둔다. ④돌솥에 무를 깔고 그 위에 쌀을 안치고 분량의 물을 붓는다. ⑤밥물이 끓어올랐다가 잦아들면 가운데를 우물 모양으로 파고, 굴을 넣은 뒤 밥을 덮는다. 뜸을 푹 들여 완성한다. ⑥양념장 재료를 한데 섞은 뒤 그릇에 담아 밥과 함께 낸다.
◇무새싹보쌈
<재료> 무쌈팩 1개, 파프리카 빨강·노랑·주황 ½개씩, 무새싹 1팩, 작은 칵테일새우 10마리, 미나리 줄기·소금 약간씩, 소스(겨자·매실액·식초·설탕 1작은술씩, 물 약간)
<만들기> ①파프리카는 손질 후 0.5㎝ 크기의 정사각형 모양으로 다진다. ②칵테일새우는 끓는 물에 데친 뒤 찬물로 헹군다. ③미나리 줄기는 끓는 물에 소금을 조금 넣은 뒤 데친다. ④무쌈편 위에 다져놓은 파프리카와 칵테일새우를 놓고 무순은 그 위에 세워놓는다. 무쌈을 복주머니 싸듯이 오므린 뒤 데친 미나리줄기로 묶는다. ⑤소스 재료를 그릇에 담고 고루 섞어 ④와 함께 낸다.
◇무감자수프
<재료> 감자 120g, 무 400g, 양파 60g, 브로콜리 40g, 물 또는 육수 2컵
<만들기> ①감자는 삶아서 으깨고, 무는 껍질을 벗겨 속 부분만 준비한다. ②브로콜리는 다지고, 양파는 적당한 크기로 썬다. ③양파와 으깬 감자, 무 속 부분은 믹서에 넣어 곱게 간다. ③믹서로 갈은 재료를 냄비에 넣고 주걱으로 저어가며 약한 불에서 푹 끓인다. ④수프가 끓어오르면 약한 불로 줄여 3분 정도 더 끓인 뒤 불을 끄고 준비한 브로콜리를 넣고 그릇에 담아낸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