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의 무기는 □□□이 필요해!… ‘큰 나라 1, 2’
입력 2014-01-29 02:31
큰 나라 1, 2/이사라 지음, 조아라 그림/창조문예사
목욕 문화가 발달한 붉은 머리를 지닌 추운 나라 마웨트 왕국, 연극은 발달했으나 절반은 시민이고 절반은 노예로 사는 더운 나라 그레체, 해상 무역으로 부를 쌓은 섬나라 티투스, 학문을 숭상하고 활을 잘 쏘기로 유명한 험한 산 나라 기욘.
그리고 이들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뭉친 네 명의 주인공 디나, 로조, 루카, 단은 비둘기가 이끄는 마차를 타고 세 번째 하늘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불의 검, 조약돌 방패, 빛의 화살, 얼음 화살 같은 도구들을 알파나 왕국의 세 왕으로부터 하사받고, 사라져 가는 자신들의 나라를 구하기 위해 긴 여행을 떠난다. 주인공은 이제 여행자들이다. 현재와 미래를 오가며 젤바바, 마즐딘 같은 원수들의 꾐에 빠지기도 하고 괴물들을 만나 싸우면서 큰 상처들을 입는다. 이런 험난한 여정을 끝내고 여행자들은 과연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위기에 빠진 자신들의 나라를 구해낼 수 있을까.
이 책은 어린이, 청소년, 장년들을 위한 판타지 동화다. 그동안 잠자고 있던 상상력을 오랜만에 깨워가며 재미있게 읽어 내려갔다. 특히 그리스도인이라면 책을 읽는 동안 중요한 연결고리를 하나 발견한다. ‘믿음’이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히 11:1) 여행자들이 받은 불의 검, 조약돌 방패, 빛의 화살, 얼음 화살을 사용하는 데 있어 또 하나의 핵심 도구가 믿음이다. 책 1권에서 단은 촉이 없는 화살대를 보며 말한다. “화살촉이 없는데요.” 천사 라일라는 그에게 답한다. “화살촉이 생길 거라고 믿어보세요.” 그러자 옆에 있던 루카가 제일 먼저 보지 않고도 믿음을 가졌고 그녀의 화살에서 빛이 붙었다. 칼날 없는 손잡이를 쥔 디나에게 라일라는 말한다. “정 믿기 힘들면 눈을 감고 불이 타오르는 걸 상상해 보세요.” 디나는 황금 손잡이를 두 손으로 잡고 눈을 감았다. 황금 손잡이 위로 칼날 모양의 불이 활활 타올랐다(81∼82쪽).
책의 내용을 극대화하는 도구는 하나 더 있다. ‘스스로 있는 책’이다. 여행자들이 두렵고 지치고 힘든 순간에 직면했을 때 이들은 ‘스스로 있는 책’ 속에 담긴 구절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용기를 갖는다. “스스로 있는 책에 그렇게 쓰여 있으니까요. 나라의 사명을 짊어진 여행자들이 용기 있게 나서는 한, 그들의 과정이 어떠하든 결코 망하지 않습니다.”(61쪽) ‘스스로 있는 책’은 단순한 이야기의 재미를 넘어 진리란 무엇인지, 또한 여행자들에게 용기와 진정한 믿음의 가치를 가르쳐 준다.
2002년 13세 나이로 ‘매직 아일랜드’란 판타지 소설을 출간해 주목받았던 저자는 현재 이화여대 영어교육과에 재학 중이다. 여의도침례교회에 출석하는 저자는 인터뷰에서 믿음부터 강조했다. “기존 판타지 소설에 등장하는 마법과 주문을 탈피해 새로운 소재를 찾기 위해 기도하던 중 하나님께서 떠오르게 하신 것이 바로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는 것처럼 여기는 ‘믿음’이었습니다. 그때 ‘믿음으로 나타나는 하늘나라의 방어구’라는 소재도 얻었습니다. 네 명의 여행자들은 불의 칼, 조약돌 방패, 빛의 화살처럼 그 존재를 믿어야만 나타나고 힘을 발휘하는 하늘의 방어구를 가지고 원수 마귀와 대적합니다.”
즉 하늘의 전신갑주로 무장한 여행자들의 험난한 여정이 책의 기둥을 이루는 셈이다. 여기에 조력자로 등장하는 천사들, 요담의 대선생 요한, 에벤 가문의 장남 라이딘 등을 세워 또 다른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한다. 가령, 요한과 울비노 가문의 셋째 딸 마리앙트의 사랑은 이뤄졌을까? 일단 책에는 나오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궁금해 저자에게 물어보니 습작에 가까웠던 초고에서 둘은 결혼해 여행을 떠난다. “소설로 나온 분량에선 읽는 분들이 상상할 수 있게끔 여지를 남겨놓았다”고 답했다.
정신없이 바쁜 일상 속에서 그동안 잊고 있었던 상상력을 꺼내보는 건 어떨까. 설날에 자녀들과 함께 읽으면서 짧은 모험의 시간을 갖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문학평론가인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도 “‘나니아 연대기’ ‘천로역장’과 나란히 할 동화적 상상력이 하늘나라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며 “책을 읽는 많은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게는 용기와 지혜를, 어른들에게는 믿음과 진리를 발견하게 해줄 것”이라고 이 책을 추천했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