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나는 지능범죄… 설설 기는 경찰 수사
입력 2014-01-28 01:34
경찰의 첨단·지능범죄 수사 역량이 날로 고도화되는 범죄 수법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상 최악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보이스피싱, 스미싱(휴대전화 소액결제 사기), 메모리 해킹 등 2차 피해 우려가 확산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경찰 내부에서 나왔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가 27일 발간한 ‘치안전망 2014’ 책자에 따르면 경찰의 지능범죄 검거율은 매년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2007년 84.7%였던 지능범죄 검거율은 2011년 73.7%, 지난해(1∼11월) 62.9%로 6년 만에 21.8% 포인트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강력범죄 검거율이 89.2%에서 91.0%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과 대조된다.
특히 사이버범죄 검거율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2012년에는 10만8223건이 발생해 8만4932건(78.5%)을 해결했지만, 지난해에는 15만5366건 중 8만6105건(55.4%)만 처리됐다. 가장 많은 보이스피싱 등 통신사기의 경우 2012년 4만6394건 발생해 3만3093건을 해결했지만 지난해에는 8만5856건 중 3만9282건만 처리해 검거율 45.8%에 그쳤다.
바이러스 제작·유포는 더 심각하다. 2012년 46건 중 39건(84.8%)을 해결했지만 지난해 171건으로 범죄발생 건수가 급증한 상황에서 18건(10.5%)만 해결됐다. 해킹범죄도 2012년 검거율 66.2%에서 지난해 44.1%로 ‘뚝’ 떨어졌다. 범죄 수법은 날로 교묘해지는데 경찰 대응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피해금액은 보이스피싱이, 건수로는 스미싱이 많았다. 지난해 1∼10월 보이스피싱은 4022건 발생해 총 436억원 피해를 입혔다. 1인당 평균 피해액은 1084만원이었다. 스미싱은 2만8469건이 발생했고 총 피해액은 54억5000만원이었다. 가짜 사이트로 유도해 금융정보를 빼가는 ‘파밍’은 2883건 발생해 피해액이 148억4000만원이었다. PC 메모리 데이터를 위·변조해 예금을 빼가는 최첨단 수법인 ‘메모리 해킹’은 426건이 발생해 피해액 25억7000만원으로 나타났다.
치안정책연구소 관계자는 “올해도 악성코드 등을 이용한 사이버범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특히 해커들은 스마트폰 악성코드 제작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며 “새로운 범죄 수법이 끊임없이 나타나는 만큼 첨단 수사기법 개발이 시급하고, 인터넷 뱅킹 등 금융제도 개선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