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東進… 최악 AI 사태 우려
입력 2014-01-28 02:33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지 2주일도 안돼 3개 도로 확산되면서 역대 최악의 사태가 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10년간 국내에서는 네 차례의 AI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2638농가에서 기르던 가금류 2475만 마리를 살처분해야 했다. 전체 보상액은 6005억원이나 실질적 피해는 훨씬 클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2010년 12월 시작된 AI는 139일간 25개 시·군을 휩쓸었다. 역대 최장 기간이다. 당시 닭과 오리는 물론 메추리 꿩 등이 감염됐다. 전국 53곳 286개 농가의 647만 마리를 매몰했다. 보상액만 822억원에 이른다. 특히 전남 지역은 전체 닭·오리 농가의 절반인 158농가에서 323만여 마리를 땅에 묻어야 했다.
피해액 면에서는 2008년이 최대였다. 4월 1일 발생해 42일 만에 마무리됐으나 1500농가의 1020만 마리를 매몰 처리해야 했다. 당시 1500농가에서 피해를 입어 보상액은 3070억원에 이르렀다.
2003∼2004년과 2006∼2007년에는 각각 528만 마리와 280만 마리를 땅에 묻었다. 보상액은 각각 1531억원, 582억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설 명절을 보름여 앞둔 시점에 발생했다는 점과 철새에도 감염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준다. 역대 네 차례의 AI는 설 명절 훨씬 전에 발생했으나 이번에는 다르다. 설 연휴 귀성·귀경 과정에서 AI에 감염된 지역을 방문한 사람 또는 차량에 바이러스가 묻어 전파될 가능성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충청·경기 지역에서 12시간 가금류와 축산 관계자, 축산 차량에 대한 ‘일시 이동중지 명령(Standstill)’을 발동했지만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지 미지수다.
여기에 닭과 오리 등 가금류는 물론 철새까지 감염된 사례가 곳곳에서 발생해 설상가상이다. 사람과 철새가 동시에 전염을 확산시킬 우려가 높은 것이다. 27일 전북 부안군 계화면 오리농장도 고병원성 AI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이날 현재 AI 확진 농가는 8곳, 의심 신고까지 포함하면 19곳이다.
서해안 벨트에서 시작된 AI 감염은 점점 동쪽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충남 천안 종오리 농장의 오리가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데 이어 충북 진천군 한 농가에서도 AI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충북에서 의심 신고가 접수된 것은 처음이다. 또 AI 확진을 받은 전남 해남의 씨오리 농가로부터 어린 오리를 분양받은 전북 임실군 청웅면 농장의 오리도 AI 감염이 우려돼 2만7000여 마리를 살처분하기로 했다. 전북도는 28일 오후 2시 금강호와 고창 동림저수지 일대에서 항공방제를 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강원·영남이 AI 무풍지대로 남아 있을지 관심이다. 과거 AI는 항상 영남에서 끝났다.
2003∼2004년 1차 AI 발생 때는 충북 음성에서 처음 발병해 충남 천안, 전남 나주 등으로 확산되다가 경북 경주와 울산 등 영남 지방으로 퍼져나갔다. 2006∼2007년에는 전북 익산을 시작으로 충남·경기 지역으로만 퍼졌으나 2008년에는 전북 김제에서 발병한 AI가 전남·울산·경북·대구·경기·강원 등 전국으로 확산됐다.
가장 최근 AI가 발생했던 2010∼2011년 겨울에는 2010년 12월 충남 천안에서 발병한 AI가 2011년 1월 경북 성주, 2월 경남 양산, 3월 경북 영천 등 영남 지방으로 옮겨갔다.
고창=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