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월급봉투는 안녕하십니까 ③] 경비원 격일 맞교대 근무에도 월급은 최저임금 90%
입력 2014-01-28 01:31
③ 일한 만큼 받고 계신가요
경기도 안양시 A아파트 경비원 김장근(가명·60)씨는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설 명절을 앞두고 쉴 새 없이 밀려드는 택배를 받아 대장에 기록하고 일일이 개별 가정을 호출해 택배를 찾아가라고 알려줘야 한다. 눈은 왜 이리 자주 오는지 툭하면 아파트 내 도로와 인도 제설작업에 불려 나간다. 추운 날씨에 차량들이 지하주차장으로 밀려들면서 이중 주차 등 주차 질서를 위반한 차량에 스티커도 붙여야 한다. 입주자 대표회의 선거철이라 하루 두 차례 투표함을 들고 집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투표도 받는다. 아침 7시까지 출근해 전날 근무자에게 인수인계를 받고 오후 12시가 될 때까지 부지런히 몸을 움직인다. 새벽시간에는 경비실 의자에 앉아 잠깐 눈을 붙이기도 하지만 순찰을 나가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쉬지 못한다.
김씨가 하루 중 쉴 수 있는 시간은 점심과 저녁식사 각각 1시간과 야간 휴게시간 4시간이다. 그러나 시도 때도 없이 밀려드는 일거리에 휴식시간에 맘 편히 쉬어본 기억이 없다.
김씨가 매달 받는 월급은 142만6237원이다. 최저임금(시간당 5210원)의 90%만 지급받고 있다. 경비원은 감시(監視)·단속적(斷續的) 근로자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이들이 비교적 피로가 적고 힘들지 않은 감시업무를 수행한다는 이유로 일반 근로자보다 낮은 임금 수준을 용인한다. 그러나 경비원들의 노동 강도와 고령을 감안하면 이들의 정신적·육체적 피로도는 젊은 근로자 못지않다.
내년부터는 최저임금의 100%를 적용받게 돼 10% 정도 임금이 오를 것으로 기대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사용주들이 휴게시간을 10% 늘리면 근로 시간이 줄어들면서 최저임금 적용률 인상의 혜택은 무위로 돌아가게 된다.
근로시간, 휴식과 휴일에 관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상황도 여전하다. 이들에겐 시간외수당, 휴일근무수당 등 연장근로 수당이 지급되지 않는다. 일반 근로자들은 1일 8시간, 주당 40시간으로 근로시간 한도가 정해져 있지만 감시·단속적 근로자에겐 근로시간 한도라는 것 자체가 없다.
일반 근로자들은 일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받지만 감시·단속적 근로자에겐 휴일이 보장되지 않는다. 다만 1개월 만근 시 하루의 연차휴가 발생한다. 그러나 격일제 맞교대로 돌아가는 경비원의 일과 특성상 내가 쉬면 다음 근무자는 이틀 연속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마음대로 휴가를 쓸 수도 없다.
김씨는 “일한 만큼 처우가 합당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월급 몇 푼 더 받자고 했다가 일자리가 끊길까 하는 우려가 크다”며 “빈자리가 생기기만 하면 들어오려는 사람이 줄을 섰다는데 함부로 나설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관리·감독 및 기밀 취급 업무 종사자도 근로시간, 휴게와 휴일에 관해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것은 경비원과 마찬가지다. 회사에서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등 노무관리에 있어서 경영자와 일체적 지위의 주로 부장급 이상 직원과 노무관리 부서원 등이 해당된다.
근로자가 사업장 밖에서 주로 일하는 경우에는 근로계약 또는 노사합의로 근로시간을 계산한다. 연구개발, 정보처리시스템 설계·분석, 디자인·고안, 방송 프로그램·영화 제작 감독 업무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은 미리 산정된 연장 근로 시간을 기준으로 시간외근로 수당을 지급받기 때문에 장시간 근로에 내몰리게 된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