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구글·에릭슨과 ‘특허 동맹’… 천군만마 얻었다
입력 2014-01-28 02:33
삼성전자와 구글이 더욱 강력한 ‘특허 동맹’을 맺었다. 기존 특허는 물론 앞으로 10년간 출원하는 특허도 공유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아울러 특허권 소송을 벌여온 스웨덴 통신회사 에릭슨과도 소송을 끝내고 상호 특허사용 계약을 맺었다.
삼성의 잇따른 특허 관련 유화책은 회사의 에너지를 갉아먹는 특허 분쟁을 막고, 혁신적인 제품 개발에 전력을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구글과 ‘포괄적 특허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크로스 라이선스는 상대방 기술의 특허·노하우를 도입하는 대가로 자신의 특허·노하우 등을 제공하는 제휴 방식이다. 이번 계약으로 최소 10년 동안 삼성전자와 구글은 글로벌 IT 전쟁에서 동지로 남게 됐다. 삼성전자 지적재산권(IP)센터장 안승호 부사장은 27일 “이번 계약 체결은 불필요한 경쟁보다 협력을 통해 더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글 특허 담당 고문 앨런 로는 “협력을 통해 혁신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 IT 기업으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구글이 특허 동맹을 맺은 배경에는 업계의 잦은 특허 분쟁이 자리 잡고 있다.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IT 업계 특성상 삼성전자와 구글도 언제든 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특허 분쟁을 사전에 막자는 의도가 깔려 있다.
또 두 회사가 보유한 특허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어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약 10만건, 구글은 5만건 정도 특허를 갖고 있다. 삼성전자는 클라우드, 검색, 앱 모바일 광고 등 구글의 소프트웨어 기반 기술에 대한 특허를 활용할 수 있게 돼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또 구글 글라스, 스마트 콘택트렌즈, 무인자동차, 로봇, 웨어러블 기기 등 구글이 확보한 미래 기술에도 접근할 수 있게 됐다. 구글 입장에서도 삼성전자의 노하우를 하드웨어 사업에 접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비롯해 스마트홈 업체 네스트, 로봇기술 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면서 하드웨어 분야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이번 협력은 삼성전자의 특허 가치가 높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특허 출원 건수에서 2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에릭슨과도 상호 특허사용 계약을 맺었다. 에릭슨은 자사 홈페이지에 이번 합의와 계약에 따라 일시불과 다년간 로열티 등으로 특허 사용료를 지급받게 됐다고 밝혔다. 에릭슨은 삼성전자와 특허 계약 연장 협상을 2년 가까이 벌이다가 실패로 돌아가자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도 제소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맞서 에릭슨이 자사 특허 8건을 침해했다며 역시 미국 법원에 반소를 제기하고, ITC에도 맞제소를 했다. 그러나 1년2개월여 끌어온 양사 간 소송이 합의점을 찾음에 따라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진행되는 중요한 소송 둘 중 하나를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삼성은 이제 애플과의 소송만 남겨두게 됐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