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더멘털 좋다고 방심하다간… ‘Bye 코리아’ 닥친다?
입력 2014-01-28 01:33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정책이 신흥국의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각국의 금융시장에서 선진국들의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때 과연 한국 금융시장은 어떠한 영향을 받을지가 관심사였다.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은 튼튼하다는 자신감이 상식처럼 퍼졌지만 이슈가 있을 때마다 우리 금융시장이 흔들리지 않은 것도 아니다.
◇“한국은 다르다”=역사적으로 신흥국발 금융위기가 불거질 때마다 국내 경제 각료들은 “한국은 다르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위기의 영향은 제한적이고, 주식·외환시장의 단기 출렁임에 과도하게 반응하지 말라는 진단이었다.
이러한 펀더멘털론(論)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빠짐없이 등장했다.
정부 합동으로 긴급 경제점검 회의가 열린 지난 주말에도 마찬가지였다. 금융위원회는 “신흥국 통화 불안이 2008년처럼 전방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낮고, 우리나라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입돼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27일 설명했다. “차별화로 문제가 없지만, 불안감이 있으니 모니터링한다”는 원론적인 시장 대응이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아르헨티나와 터키 등 금융 불안감이 큰 신흥국은 우리나라와 무역 연관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세를 얻고 있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3400억 달러를 넘고,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모두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는 펀더멘털론이 업계에서도 안심의 근거로 제시됐다.
오히려 신흥국에서 빠져나온 외국인 자금이 펀더멘털이 훌륭한 국내 증시로 유입될 것이라는 자신감 있는 분석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경쟁적으로 이어졌다. 하나대투증권 이재만 연구원은 “지난해 7∼8월 미국의 테이퍼링 우려로 인해 동남아시아 신흥국에서 외국인 자금이 급속도로 이탈했지만, 국내 증시로는 유입됐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진단했다.
◇“한국이라 문제다”=하지만 “한국은 다르다”는 펀더멘털론 일색에서 “한국도 조심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펀더멘털이 훌륭했던 한국이기 때문에 더욱 상황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며 펀더멘털의 양면성을 들여다본 분석도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성욱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신흥국 전반이 불안해지면 경제 체력이 취약한 신흥국보다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빨리 현금화하려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자산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덜 떨어진, 즉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손해를 덜 본 곳에서 사태 초기에 자금을 빼내 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신흥국보다 유동성과 경제 기초체력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던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외려 더 크게 출렁일 수도 있다는 경고다.
박 실장은 “금융불안을 넘어 외환위기가 현실화되면 우리나라도 환율 등의 측면에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신흥국의 위기가 순식간에 우리나라로 옮아붙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원화 환율의 절하, 외국인 자금의 유출을 피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각국 대표증시 통계를 보면 한국 금융시장이 과연 펀더멘털론에 느긋해도 되는지는 의문이다. 지난 24일 기준 코스피지수의 1년 수익률은 -3.5%로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모두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인도(센섹스·-0.2%), 인도네시아(자카르타종합·3.8%)보다 낮았다. 같은 기간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의 수익률은 -2.9%, 베트남 VN지수의 수익률은 11.0%였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5100억원이 넘는 매도세를 연출했다.
이경원 진삼열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