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에 발포 안돼” 총구 앞에 선 우크라이나 정교회 사제들
입력 2014-01-27 20:16 수정 2014-01-28 01:32
우크라이나의 동방정교회 사제들이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경찰의 무력진압을 막기 위해 십자가와 성경을 들고 수도 키예프의 시위현장 한 가운데로 나섰다. 미국 뉴욕데일리와 영국 텔레그래프 등 주요 언론들은 최근 온라인 뉴스 등을 통해 이들의 모습을 일제히 보도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장면은 한 젊은 사제가 총을 겨누는 진압경찰 바로 앞에서 십자가를 들고 서 있는 모습이다. 뉴욕데일리뉴스에 따르면 그는 지난 22일(현지시간) 키예프 중심가에서 경찰에게 반정부 시위대를 향한 무차별 공격을 멈추라고 요구했다. 사제의 용기 있는 행동은 3일 동안 이어진 대치를 잠시 중단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미국 허핑턴포스트는 지난 21일 사제들이 시꺼먼 연기가 자욱한 시위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시국 기도회를 드렸다며 시위대와 경찰 저지선 사이에서 사제들이 ‘인간띠’를 만든 사진을 보도했다. 사제들이 경찰이 일렬로 서서 만든 방패 앞에 서서 정부의 무력 진압을 비판하거나 꽁꽁 얼어붙은 길 위에 모여 폭력진압 저지를 위한 철야기도를 올리는 장면도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됐다.
뉴욕데일리뉴스는 “용감한 사제들이 무고한 시민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 시위대 최전방에 섰다”며 “강철과 같은 믿음이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고 전했다. 한 사제는 영국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폭력을 멈추기 위해 이곳에 나왔다”면서 “이 거리가 바로 나의 교회”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정부의 유럽연합(EU) 협력협정 체결협상 중단에 반대하는 시위가 시작됐으며 경찰의 무력진압으로 현재까지 정부집계로 3명, 시위대 집계로 6명이 숨졌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