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문수정] 여가부, 위안부 예산 확대 생색내기

입력 2014-01-28 01:32


위안부 피해자 정책을 담당하는 여성가족부는 27일 ‘2014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사업예산 큰 폭으로 확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올해 예산이 45억8700만원. 지난해 19억6700만원에 비하면 큰 폭으로 확대된 게 맞다. 하지만 45억8700만원짜리 ‘생색내기’에 그치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가부가 특히 높이 책정한 예산은 ‘피해자 명예회복 및 문제해결, 역사의식 제고 사업’이다. 지난해 7억8300만원에서 33억830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생활안정지원금 예산 12억400만원보다도 많다. 여가부는 이 예산으로 “역사적 자료를 체계화하고 기록물을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가부가 확보하고 있는 자료나 기록물은 거의 없다. 대부분 민간에 흩어져 있다.

여가부가 관련 자료를 주도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회는 있었다. 2007년 여가부 계획대로 위안부피해자 기념관이 충남 천안의 독립기념관에 세워졌더라면 이미 정부 주도로 관련 자료가 체계화됐을 것이다. 하지만 사업은 금세 폐기됐다. ‘독립기념관은 성역인데 위안부회관을 짓는 것이 말이 되냐’는 등의 이유를 내세운 독립기념관 이사회의 반대에 부딪혔고, 이듬해 정권이 바뀌면서 여가부 스스로 사업을 철회했다.

정부가 미적대는 사이 2012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서울 마포구에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을 세웠다. 8년여 모금활동을 벌였고,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법적 투쟁도 했다. 여가부는 당시 5억원을 지원한 것이 전부다.

여가부는 대신 올해 6월 부산에서 개관할 ‘일제강제동원역사관’에 7500㎡ 규모의 상설 전시관을 얻어냈다. 여가부의 강력한 요청으로 공간은 마련됐지만 전시 담당자는 “자료가 빈약해 채워 넣을 것이 없는데 민간의 자료를 억지로 가져올 수도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일본과 문제가 빚어질 때만 단발적인 전시행정이 쏟아진다. 정부가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다.” 오랫동안 위안부 피해자들을 도와온 한 활동가의 말을 정부는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사회부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