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현욱] 방위비 협정, 韓·美동맹에 기여해야
입력 2014-01-28 01:32
한·미 양국은 지난 11일 제9차 방위비분담 협상을 타결했다. 협상 결과 올해 총액은 9200억원, 유효기간은 5년으로 합의했으며, 2015∼2018년간 매년 분담총액은 전년도 분담금에 전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를 적용하되 연도별 인상 상한선은 4%를 넘지 않도록 했다.
구체적 성과를 살펴보자. 먼저 이번 협상에서 양국은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을 이끌어냈다. 양국은 현재 미측으로부터 항목별 배정액 수치만 통보받는 시스템을 고쳐서 방위비 분담금의 항목별(인건비·군수지원·군사건설) 배정액 추산 단계에서부터 결정단계에 이르기까지 한·미 간 공동으로 철저한 검토와 평가를 실시하기로 하고 이를 우리 국회에 보고하기로 했다. 또 현재 미측이 사업집행 직전에 건설사업 목록만을 제출하는 것을 앞으로는 사업목록안을 사업설명서와 함께 현행보다 1년 앞당겨 제출하며 이를 기초로 1년 안에 새로이 격상되는 ‘합동협조단’ 협의 등 실무급에서 장관급에 이르기까지의 단계적, 실질적 사전협의를 통해 구체적 사업계획을 사실상 공동 수립하기로 합의했다.
두 번째로, 미국의 거센 분담금 상향조정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작년 대비 5.8% 인상했다. 이는 역대 세 번째 낮은 수준의 인상률이다. 또 인상률 상한선 4%를 설정했는데, 협정 유효기간 중에 높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방위비 분담금의 과도한 증가를 막는 안전장치적 의미가 있다.
세 번째로, 총액형과 소요형을 절충했다는 점이다. 한·미 간 방위비 협정은 총액형을, 미·일은 소요형을 따른다. 소요형 체제가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급격한 총액 인상을 억제한다는 측면에서는 총액형이 유리하다. 한국은 북 위협에 따른 안보상황이 엄중한 지역이며, 미측이 군사적 소요에 근거해 방위비를 요구할 경우 우리는 이 소요가 주한미군의 전투준비 태세 강화에 불필요하다는 점을 증명하기가 어렵다. 반면 총액형은 협정 유효기간 동안 물가상승률 수준으로 인상폭을 억제하기 때문에 새로운 협정의 협상 시에도 전년도 총액이 일정한 준거로 작용해 총액의 급격한 인상을 억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번 협정을 통해 한국은 총액형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소요형의 장점인 투명성 확보를 위해 양국 간 사전 협의와 국회보고를 강화하는 조치에 대한 포괄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럼에도 향후 풀어야 할 과제는 남아 있다. 방위비 분담금 협정 내용을 국민과 국회에 제대로 홍보해 불필요한 논란이 증폭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최근 감사원은 미군기지 이전사업에 사용된 방위비 분담금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을 기지 이전사업에 사용하는 것은 한·미 양국간 10년 이상 지속된 양해사항이다. 문제는 이 사실이 국민이나 국회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다가 2007년에야 공개됐다는 것이다. 이번 협정에서 군사건설 사업계획의 집행 전·후 투명성이 획기적으로 제고됐기 때문에 향후 국민의 알 권리는 충족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협정을 통해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한·미동맹은 북 위협에 대한 억지력을 제공하고 있으며, 중국과의 관계에서 우리의 전략적 레버리지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최근 한·중관계의 심화와 한·일관계의 악화로 인해 미국 내부에서는 한·미관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따라서 작은 사안에 집착해 와각지쟁(蝸角之爭)에 빠지기보다는 이번 방위비 분담금 협정을 통해 한·미관계의 굳건함을 재차 확인하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