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김용백] 민생 위한 대책 시급하다
입력 2014-01-28 01:32
이번 설 연휴에는 사람들 모이는 곳이면 정치 얘기가 만발할 법하다. 6·4 지방선거를 앞둔 데다 박근혜정부 출범 1년이 된 시점이어서 다양한 시비가 예상된다. 정치인들의 촉각은 온통 민심향배를 가늠하는 데 쏠려 있다. 각 당은 특별 지침들을 지역 당원협의회(당협)에 내려 민심잡기를 독려 중이다.
민심이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팍팍한 삶이 좀 더 넉넉해지고, 가족의 건강과 화목(和睦)이 잘 유지되길 바라는 것임이 분명하다. 다음이 자식들이 제때 취직해 결혼하는 것이고, 이런 것들이 적절히 진행되면 행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정도를 만들기도 지켜내기도 힘든 게 대한민국 서민들과 사회적 취약계층의 현실이다.
양극화 해소는 글로벌 과제
새해 글로벌 화두(話頭)는 저소득·취약계층 국민들의 생활고를 덜어주는 민생(民生)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국내 정당대표들이 모두 한목소리다. 국민 생활수준을 끌어올려 내수(內需)를 진작시키고 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게 각국 지도자들의 바람이다.
문제는 양극화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고착화하면서 경제·사회적으로 나타난 이 문제는 갈수록 심각성을 더하는 실정이다. 신자유주의적 경제논리를 앞세운 세계화가 만들어낸 이 그늘에 많은 국가의 국민들이 신음하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일은 각국 정부가 이런저런 이유로 양극화 간극을 좁히는 데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주말 스위스에서 폐막된 제44차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세계화의 역설’인 극심한 빈부격차(양극화)를 풀어야 할 주요 숙제로 설정했다. WEF가 ‘글로벌 리스크 2014’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경제를 위협할 10대 위험 중 주요국 재정 위기, 구조적 실업, 수자원 위기, 소득 불균형 순으로 꼽았을 정도다.
최근 시작된 TV사극 ‘정도전’은 자못 흥미롭다. 여말선초(麗末鮮初·고려 말부터 조선 초까지) 500년 왕조가 무너지고 새 왕조가 세워지는 과정 등을 주요 역사적 인물들을 통해 이해할 수 있어서다. 조선이라는 국가의 제도를 만들고, 도읍 한양을 설계한 삼봉(三峰) 정도전(鄭道傳·1342∼1398)을 조명하고 있다.
票心보다 그들의 삶을 보라
삼봉이 죽음을 맞이하면서까지 놓지 않았던 ‘민본애민(民本愛民)’ 정치철학을 되새겨 보는 기회다. 툭하면 ‘나라와 백성들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는 고관대작(高官大爵)의 살벌한 권력다툼은 정작 피폐해진 민초(民草·백성)들의 삶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다는 교훈을 일깨운다.
3개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사태를 수습하려는 정부 고위관료들의 실망스러운 상황인식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물정을 제대로 모르면서 피해자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엉뚱한 발언들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들이 무슨 대책을 얘기한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건 당연하다.
정부 관료들이나 정치인들은 설 연휴 때 고향과 지역구 탐방에서 민생의 구체적인 방법들을 확실히 찾길 바란다. 민생은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짜는 복지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나아가 과연 저소득·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에 얼마나 효과적인 방안들을 마련하고 있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 민생 얘기나 국민의 바람을 ‘표심(票心)’이라고 덧칠해 선거에 활용할 궁리만 할 게 아니다.
민생문제는 항상 중요한 국정과제다. 제때 적절한 처방을 하지 않을 경우 국정을 어렵게 만들 수 있음을 역사가 입증하고 있다. 설 연휴 뒤 정치인들은 아직 처리 안 된 기초연금법 제정안 등 여러 민생법안들을 새롭게 바라봐야 한다.
김용백 편집국 부국장 yb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