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정치신당, 당명에 걸맞은 정치해야 성공한다
입력 2014-01-28 01:50
동서고금 막론하고 1人 정당 성공사례 없어
안철수 신당의 윤곽이 조금씩 구체화되고 있다. 신당창당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는 27일 국민공모로 최종 당명을 확정할 때까지 쓸 신당의 명칭을 새정치신당으로 정했다. 비록 가칭이지만 다섯 글자에 지나지 않은 당명에 변화를 상징하는 ‘새’, ‘신’ 동의어를 굳이 반복 사용한 걸 보면 새정치를 신당의 트레이드마크로 삼으려는 의도가 분명하게 읽힌다.
새정치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신당이 새누리당에 이어 민주당과 상당한 격차를 벌리며 꾸준히 2위를 유지케 하는 원동력이다. 정쟁만 일삼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에 짜증난 국민들이 신당에 기존 정치권과 다른 새로운 정치를 기대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당의 지지율 추이가 6·4 지방선거 때까지 그대로 유지될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현재의 높은 지지율은 신당이 새정치를 해서 받은 성적표가 아니라 기존정당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표출된 반대급부와 다름없는 착시현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양당제가 뿌리 내린 상황에서 기존 정당과의 확실한 차별화에 성공하지 못한 정치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신당 역시 새정치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포말정당으로 전락하는 건 시간문제다. 구호의 새정치는 지금까지로 충분하다. 지방선거에 참여해 심판을 받기로 마음을 굳혔으면 서둘러 추상적이고 모호한 새정치의 개념을 구체화해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실체 없는 새정치는 있을 수 없다.
새정치를 한다면서 기존 정치권과 하등 다른 게 없는 구습을 반복해선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 새정추를 이끌고 있는 의장 및 공동위원장 대다수가 새누리당·민주당 출신이라는 점은 역설이다. 물론 이들이 새정치에 맞지 않는다는 얘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새정추에 몸담을 때 한 말은 과거 이 당에서 저 당으로 당적을 옮길 때 했던 이들의 그것과 판박이다. 당장 먹기엔 곶감이 달다는 속담이 있다. 그렇다고 새 인물을 육성, 발굴하기보다 기존 정당에 몸담고 있는 인사들을 빼내기 식 이삭줍기하는 건 정치 불신과 철새 정치를 조장하는 헌 정치에 다름 아니다.
아직 강령도 없고, 정책도 불분명한 신당 지지율이 제1야당보다 높은 건 유례를 찾기 힘든 현상이다. 민주당이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이 크지만 그만큼 안철수 개인에 대한 지지도가 높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안 의원은 이 여세를 몰아 지방선거, 총선, 대선에 나설 계획인 듯하다. 신당은 어떤 말로 포장해도 ‘안철수의, 안철수에 의한, 안철수를 위한’ 정당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궁극의 목표는 ‘안철수 대통령 만들기’다. 그 목표가 없으면 생기지 않을 정당이다. 안 의원은 신당에서 중요 당직을 맡지 않고 있다. 하지만 위상과 역할은 새정추 의장이나 공동위원장보다 막강하다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어느 특정 1인을 위해 존재하는 정당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성공한 예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