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흥국 금융위기에 경계수위 높여야 할 때

입력 2014-01-28 01:40

아르헨티나가 금융위기 조짐을 보인다는 소식이다.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등도 위기 국면이라는 얘기가 나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가 새해 들어 본격화된 데다 당초 예상과 달리 테이퍼링 규모가 조기에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들이 양적완화 시기에 유입됐던 외국인 자본의 유출과 더불어 통화가치 급락 및 유동성 부족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이른바 신흥국 금융위기가 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도 사태 전개를 예의 주시하면서 경계수위를 높여야 할 때다. 이미 한국의 주식시장은 신년 랠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주식시장이 연초부터 된서리를 맞았고 27일에는 코스피지수가 장중 1900선을 밑돌기까지 했다. 연초 주식시장 동향에는 엔저 공세가 주효했겠으나 이날 움직임은 신흥시장 탓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한국경제는 본격적인 테이퍼링 개시에서 비롯된 신흥국 위기와 조금 차별화된 입장이다. 우선 테이퍼링은 이미 사전에 예고된 바 있고 그로 인한 신흥국이 직면할 위험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고된 위기는 위기로 보기 어렵다. 더구나 한국은 아르헨티나 터키 등과의 교역·투자 측면에서 관계가 깊지 않아 위기의 전염성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

그럼에도 경계수위는 낮춰서는 안 된다. 소규모 개방경제의 장단점을 모두 갖춘 한국경제는 언제, 어떤 형태로든 세계경제의 흐름에서 단독으로 벗어나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신흥국의 위기는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를 높일 것이고, 이는 달러 유로 엔 등 주요 통화에 대한 원화의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하던 원·달러 환율 하락을 상쇄 내지 압도하는 등의 긍정적 측면도 예상된다.

반면 신흥국에서 빠져나온 외국인 자본은 한국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한국은 저평가된 주식시장, 지속적인 경상수지 흑자 유지 등 경제 기초여건이 다른 신흥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외국인 자본 유입이 단기적으로 커지고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성과 더불어 외국인 자본의 급격한 유출로 이어지게 된다면 한국은 또 다시 외환시장의 동요에 따른 피해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신흥시장의 동요는 당장 그 여파는 적을지라도 세계경제의 선순환을 막는 악재라는 점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아르헨티나의 위기는 주변국인 브라질 등 중남미 국가들로 전염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 당국은 신흥국 위기가 어느 지역으로 전염되고 있는지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며, 수출 기업들은 위기로 인한 세계경제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더라도 일희일비할 것 없이 수요 창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제품 경쟁력 향상에 늘 힘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