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 “2013년 8월 아베가 묘소 참배한 요시다 쇼인이 征韓論 원조”

입력 2014-01-28 02:32

지난해 8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묘소를 참배한 요시다 쇼인(1830∼1859)을 일본의 한국 침략에 사상적 토대가 된 정한론(征韓論)의 원조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27일 서울 서대문구 동북아역사재단에서 열린 ‘2010년 한·일 지식인 공동성명 기념 제3차 학술대회’에서 요시다를 일제의 한국 침략에 정신적 기둥 역할을 한 인물로 새롭게 조명했다. 요시다는 메이지유신을 주도한 조슈 번벌(藩閥·정치세력을 일컬음)의 스승으로 조선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 조선 초대 총독 데라우치 마사다케 등 한국 침략에 앞장 선 인물을 다수 배출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요시다는 18세기 정세를 서양 열강이 일본을 집어삼킬 수 있는 위급한 상황으로 파악해 일본이 서양 기술을 시급히 도입하고 군대를 강화하는 한편 러시아·미국과 신의를 두텁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무역에서 일본이 잃은 몫은 조선, 만주 등 다른 곳의 토지를 빼앗아 채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런 그의 주장은 메이지유신 주류 세력의 한국 침략 정책에 직접적으로 반영됐고, 그의 영향력은 정한론을 말할 때 흔히 거론되는 19세기 정치인 사이고 다카모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해 아베 총리가 요시다의 묘소를 참배할 당시 국내 학계나 언론 등이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아베의 요시다 묘소 참배는 자신이 제국의 옛 영광을 되찾는 역할을 해내겠다는 신호”라며 “침략 정책의 최대 피해국인 한국이 요시다에 관한 지식 부족으로 참배의 의미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은 희극”이라고 말했다. 이어 “야스쿠니 신사는 요시다의 제자들이 선생의 가르침대로 대외 침략전쟁을 수행하면서 ‘나라를 위해’ 희생된 이들의 영령을 위로하는 장소로서 쇼인의 묘소나 신사와 연계돼 있다”면서 “한국 역사학계에서 이 상황을 방치하는 것은 팽창주의의 재현이라고 할 오늘날 일본의 우경화를 방조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정철훈 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