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사진전, 세계적 작가와 ‘시선 교감’

입력 2014-01-28 01:37


설 연휴 전시장은 사진전이 대세다. 지난해 말 국내 미술계에 불어 닥친 사진전 열풍이 올해 초에도 이어지며 관객몰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사진 관람객이 크게 늘어나 길게 줄을 서는 게 ‘블록버스터 명화’ 전시 못지않다. 국내 유명 작가부터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까지 전시 구성과 내용도 다양하다. 가족 또는 연인이나 친구끼리 볼 수 있는 사진전을 테마별로 소개한다.

◇자연의 웅혼한 기운을 받고 싶다면=서울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안승일(67) 작가의 ‘불멸 또는 황홀’에 들러보자. 1994년부터 20년간 백두산을 촬영해온 작가가 가로 10m, 세로 5m의 초대형 백두산 풍경 사진 60여점, 자생식물 사진 70여점, 곤충 짝짓기 사진 10여점을 9개의 전시장에 스펙터클하게 펼쳐 보인다. 눈 내린 백두산 천지의 황홀하고 아름다운 풍광 등을 통해 한민족 동질성 회복과 통일의 꿈을 갈망하는 전시다. 관람료 3000∼5000원(02-733-1981).

◇새로운 도약을 계획하고 싶다면=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라트비아 출신 사진작가 필립 할스만(1906∼1979)의 ‘점핑 위드 러브(Jumping with Love)’가 제격이다. 메릴린 먼로, 오드리 헵번 등 할리우드 스타들과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 영국 윈저공 부부, 권투선수 알리 등 유명인사들이 활짝 웃으며 점프하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 등 200여점이 나왔다. 관람 후 점핑 사진을 촬영할 수 있는 코너도 마련됐다. 관람료 7000∼1만2000원(02-532-4407).

◇고요한 아침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서울 팔판동 공근혜갤러리에서 열리는 영국 출신 마이클 케나(61)의 ‘동방으로의 여행(Journey to the East)’을 추천한다. 강원도 삼척의 ‘솔섬’ 사진으로 대한항공과 소송 중인 작가는 최근 2년간 한국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작업했다. 특히 전남 신안의 증도 홍도 흑산도 등에서 촬영한 흑백 사진은 한 폭의 수묵화처럼 관람객들을 고요한 명상의 세계로 이끈다. 2011년에 촬영한 ‘솔섬’ 신작도 공개된다. 관람료 3000원(02-738-7776).

◇세계 스타들의 뒷모습을 보고 싶다면=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최되는 미국 출신 애니 레보비츠(65)의 사진전에 가보자.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작가의 작품 196점이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한국에 왔다. 할리우드 스타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거위를 안고 있는 모습, 임신한 데미 무어가 전라로 포즈를 취한 모습, 비틀스의 멤버 존 레논이 1980년 총격으로 숨지기 4시간 전에 알몸으로 오노 요코를 끌어안고 있는 모습 등 사진이 눈길을 끈다. 관람료 1만∼1만5000원(1544-1555).

◇젊음의 낭만을 만끽하고 싶다면=서울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열리는 미국 젊은 작가 라이언 맥긴리(37)의 ‘청춘, 그 찬란한 기록’이 손짓한다. 인생의 가장 찬란한 순간인 청춘을 카메라에 담아온 작가의 작품 100여점이 선보인다. 주위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순간순간의 감정에 충실한 젊은 세대의 자유와 일탈, 꿈을 엿볼 수 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대담한 포즈를 취하는 사진이 포함돼 미성년자는 보호자의 인솔 없이 볼 수 없다. 관람료 5000원(02-720-0667).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