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책 모아 재활용하는 ‘지혜의 숲’ 24시간 도서관, 파주에 4월 중순 개관”

입력 2014-01-28 01:35


올봄 경기도 파주 출판도시에 ‘24시간 도서관’이 들어선다. 파주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와 호텔 지지향 1층에 대학 교수와 출판인, 지식인 등으로부터 기증 받은 책으로 꾸며진 열린 도서관 ‘지혜의 숲’이 세워지는 것이다.

김언호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은 27일 기자와 만나 “버려지는 책을 모아 재활용하는 창조적인 개념의 도서관으로, 한국 사회의 ‘인문적 르네상스’를 도모하는 기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6000평 규모의 건물에 장서 100만권 보유를 목표로 하며, 지금까지 30만권이 모였다. 당초 5월 개관 예정이었으나 이르면 4월 중순쯤 열 계획이다.

기증자 20여명과 40여개 출판사가 동참했다. 김 이사장은 “박원호 고려대 사학과 명예교수,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한경구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유초하 충북대 철학과 교수 등이 참여했다”며 “그 밖에 일본에 있는 연구자, 재미 동포 등 해외에서 책을 보내겠다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여기에 한국고전번역원 등 국책연구기관에서도 속속 기증 의사를 밝히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의 전통과 정신을 보여주는 책들을 한자리에 모아 한국은 역시 책의 나라, 문자의 나라임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수백 개 출판사와 40여개 책방이 모인 ‘책방거리’, 여기에 지혜의 숲까지 들어서면 파주출판도시는 한국의 인문 한류를 보여주는 새로운 관광 명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통상적인 도서관의 분류법 대신 기증자가 제공한 도서 그대로 책장에 꽂을 계획이다. 김 이사장은 “과학책과 소설, 인문 분야 책이 함께 꽂혀있는 모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기증자의 독서 습관과 지적 취향 등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도서관의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참여가 절실한 상황이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예산 9억원이 책정됐지만 운영비로 쓰기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책을 권하는 사람(권독사) 제도를 만들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봉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별도의 인문학 강좌 ‘세종아카데미 21’도 계획하고 있다.

서가 디자인은 국제 공모를 통해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와 게스트하우스 지지향을 건축 설계했던 김병윤 대전대 건축학과 교수와 김현선 박사가 맡아 진행하고 있다. 김 교수는 “보통 높이가 2m 정도인 도서관 서가와 달리 지혜의 숲 서가는 6.5m에 달한다”며 “높은 벽체를 이용해 가급적 많은 책을 꽂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책을 펼친 모양과 한글 ㄱㄴㄷㄹㅁ을 활용해 책장을 디자인했다. 책 기증 관련 문의는 전화 031-955-0062.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