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토토의 천국’ 감독 자코 반 도마엘 연출 ‘키스 앤 크라이’ 3월 6∼9일 첫 한국 공연
입력 2014-01-28 01:37
한 여인이 평생 동안 사랑했던 다섯 명의 연인에 대한 기억
영화 ‘토토의 천국’(1991) ‘제8요일’(1996) 등으로 유명한 벨기에 영화감독 자코 반 도마엘(57)과 그의 부인이자 안무가인 미셸 안느 드 메이(55). 두 사람은 2010년 “작은 것에서 출발해 거대한 울림을 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보자”며 새로운 작업을 시작했다. 벨기에 소설가 토마 귄지그의 단편을 바탕으로 무용수, 촬영감독, 조명감독, 미술감독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을 합류시켰다.
몇 달간의 협업 끝에 영화 연극 무용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공연이 탄생했다. 한 여인이 평생 동안 사랑했던 다섯 명의 연인에 대한 기억을 그린 ‘키스 앤 크라이’(Kiss & Cry)’. 작품 제목은 피겨 스케이팅 선수들이 자신의 점수를 기다리며 코치와 앉아있는 공간을 일컫는다. 마음을 졸이며 앉아있는 짧은 순간에 선수들은 웃고 키스하고, 때로는 울음을 터트리기도 한다. 희로애락의 이런 상황을 무대에 올린 것이다.
2011년 벨기에에서 초연된 이 공연은 유럽을 순회하며 관람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숨이 멎을 듯한 황홀감, 마법에 걸린 듯한 몰입감, 새로운 예술 형식의 극치!”(프랑스 르 피가로) “자코 반 도마엘과 미셸 안느 드 메이는 가장 놀랍고 독창적이고 감동적인 작품을 만들어냈다. 관객들의 눈물이 이를 증명한다”(프랑스 텔레라마) 등 호평이 쏟아져 나왔다.
한때 사랑했으나 이제는 기억마저 희미해진 사람들, 과연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애틋한 사랑의 기억을 더듬어가는 내용의 이 무대가 처음으로 한국에 온다.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3월 6∼9일(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7시, 일요일 오후 4시) 모두 네 차례 무대를 올린다. 도마엘 감독이 연출하고 그의 부인 메이가 안무 겸 무용수로 나선다. 국내 관객을 위해 한국어로 새롭게 녹음될 내레이션은 영화배우 유지태가 맡는다.
공연장에 들어서면 관객들은 먼저 무대 상단에 설치된 거대한 스크린을 마주하게 된다. 영화세트장 같은 무대 위에는 두 명의 무용수와 함께 모형 기차, 물을 채운 수조, 여러 대의 카메라와 스태프가 보인다. 무용수의 손가락 춤이 시작되면 카메라는 이를 촬영해 스크린에 곧바로 투사한다. 여기에 내레이션과 음악이 더해지면 영상은 한 편의 서정적인 영화로 탈바꿈한다.
관객들은 무용 연극 영화가 어우러진 무대를 감상하면서 한 편의 영화가 실시간으로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목격하게 된다. 그동안 ‘박수칠 때 떠나라’(2000) ‘오프닝 나이트’(2011) 등 LG아트센터가 선보인 일부 연극 공연에서 영상을 활용한 적이 있지만,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과정과 결과를 무대 위에서 펼쳐 보이는 형태의 공연은 국내 처음이다.
‘키스 앤 크라이’의 가장 중요한 표현 방식은 손가락 춤이다. 두 무용수는 검지와 중지를 통해 춤과 연기를 선보인다. 손가락의 움직임 속에는 설렘, 두려움, 열정, 그리움 등 갖가지 감정이 깃들어 있다. 무대 위 수조 안에 있던 잉크가 퍼져나가고 레일 위의 모형 기차가 순환하는 모습 등은 또 다른 볼거리다. 유럽에서 절찬리에 공연된 이 무대가 한국 관객들에게도 벅찬 감동과 아련한 그리움을 안겨줄지 관심이다. 관람료 3만∼7만원(02-2005-0114).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