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문화-‘현대문학’ 양숙진 대표 귀하] 정치로부터 문학 보호 실질적 의지 보여주길
입력 2014-01-28 01:37
매년 1월초 발간되는 월간 ‘현대문학’이 기다려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권말 부록으로 붙은 두툼한 ‘문인주소록’ 때문이지요. 하지만 ‘현대문학’ 2014년 1월호는 언론사에 배본되지 않았더군요. 짐작컨대 올 1월호부터 연재하기로 돼 있던 이제하의 장편소설 ‘일어나라, 삼손’ 연재거부로 불거진 일련의 파장으로 인해 ‘현대문학’ 주간을 겸직하고 있던 양숙진 대표가 주간 자리에서 물러나고 편집자문위원 전원이 동반사퇴를 하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위기상황임은 인지상정일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이미 서점가에 깔린 ‘현대문학’ 2014년 1월호가 모든 언론사에 배본되지 않은 정확한 이유가 궁금해 얼마 전 전화를 걸었지요. 양 대표와는 연결이 되지 않았고 대신 편집 관계자로부터 대략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었지요. “모든 언론사에 1월호를 배본하지 않은 것은 이런저런 이유가 있지만 어떤 정무적 판단에 따른 거라고 우리도 추측할 뿐입니다. 지난해 12월 17일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사퇴를 공식화했을 때 1월호는 이미 인쇄 중이었기에 주간과 편집자문위원이 전과 동일하게 들어가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재 새 주간과 편집자문위원 영입 작업을 하고 있지만 2∼3월에도 결론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요.”
여기서 정무적 판단의 주체는 양 대표를 지칭하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다만 정무적 판단이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그 관계자는 “적극적인 해명을 자제하는 대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쪽의 방향성이 아니겠느냐”고 분위기를 전하더군요.
지난해 9월호 박근혜 대통령의 수필에 대한 찬양일변도의 평가와 12월에 불거진 이제하의 소설 연재거부 파문으로 인해 순수문학 지향이라는 발간 취지에 금이 갔으니 1955년 창간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은 ‘현대문학’이 어떻게 재기할 수 있을까는 문단안팎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말이지만 언론사에 배본을 중단한 것은 자숙의 의미보다는 언론에 대한 섭섭한 마음의 우회적인 표현이라는 또 다른 오해를 살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현대문학’의 재기 여부는 정무적 판단에 의한 시간 죽이기에 있는 게 아니라 차제에 제2의 창간에 가까운 환골탈태를 얼마나 실현하느냐에 달려 있지 않을까요. 필요하다면 양 대표의 대표직 사퇴를 포함해 정무적 판단 혹은 정치로부터 문학을 보호하려는 실질적인 의지를 보여주길 기대합니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 c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