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반정부 시위대 지도자 피격 사망

입력 2014-01-27 02:32

태국에서 다음 달 2일 예정된 조기 총선을 앞두고 26일 실시된 조기투표 과정에서 반정부 시위대와 친정부 시위대가 충돌해 반정부 시위대 핵심 지도자 1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부상당했다.

조기 투표는 선거 당일 투표가 힘든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것으로 전체 4900만명의 유권자 중 210만명이 조기투표자로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정부 시위대와 친정부 시위대가 충돌한 것은 지난해 11월 시위정국이 조성된 뒤 처음으로 반정부시위 지도자가 숨지면서 정국 불안도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조기투표는 반정부시위대가 줄곧 총선연기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총선이 정상적으로 실시될 수 있을지 가늠하는 시험대로 여겨졌다.

사고는 반정부 시위대가 방콕 외곽인 방라지구 왓스리이암 투표소에서 투표를 저지하던 중 친정부 시위대인 ‘레드셔츠’와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시위대 간 충돌과정에서 ‘탁신체제전복을 위한 국민민주세력’ 지도자 수틴 타라틴이 총에 맞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또 이 과정에서 11명이 부상당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목격자들은 친정부 시위대 중 한 명이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하고 폭탄을 던졌다고 말했다.

반정부 시위대는 50여개에 달하는 방콕 내 투표소 대부분을 폐쇄하거나 봉쇄해 투표를 취소시켰다. 야당세가 강한 남부지역에서도 다수의 투표소에서 투표를 저지했다. 반면 북부와 동부, 중부 등 대부분 다른 지방에서는 투표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태국은 지난해 12월 잉락 친나왓 총리가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키로 했다. 하지만 반정부 시위대를 이끌고 있는 수텝 터억수반 전 부총리는 선거 전 정치개혁을 주장하며 총선 연기를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헌법재판소는 24일 일부 지역에서 후보자 등록이 무산됐고 선거 전 폭력사태가 가중될 우려가 있다며 정부에 새로운 선거 일정을 협의할 것을 권고했다. 태국 정부는 22일 총격과 폭탄 투척 등 폭력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