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월급봉투는 안녕하십니까] 소득공제 대거 세액공제 전환 稅부담 급증
입력 2014-01-27 01:35
올해는 유리지갑 더 털린다
올해 월급쟁이들은 본인의 월급봉투와 돌려받을 수 있는 세금이 어떻게 변하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그동안 소득공제 혜택을 받았던 자녀 공제와 교육비·의료비·보험료·기부금·연금저축 등이 대거 세액공제로 전환되면서 ‘유리지갑’이 더 얇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산출 방식에서는 연말정산 때 이들 항목과 관련된 지출은 소득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올해 발생분부터는 소득에서 일정액을 공제한 후 세금을 계산하는 게 아니라 소득 전체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 후 일정액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바뀐다. 의료비·교육비·기부금은 공제율 15%, 보장성보험료·연금저축은 공제율 12%가 적용된다. 정부는 신용카드 소득공제율도 15%에서 10%로 낮추는 안을 추진했지만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직장인 황모(36)씨. 연봉 6300만원을 받고 전업주부인 부인, 자녀 2명(1세, 4세)과 함께 산다. 황씨는 올 초 연말정산에서 신용카드 지출 1900만원, 자녀공제 500만원, 보장성보험료 100만원 등에 대해 소득공제를 받았고 세금 185만원(지방소득세 포함)을 낸다. 하지만 세액공제 위주의 새로운 세제개편안을 적용할 경우 황씨의 세금은 236만원으로 세 부담이 51만원가량 늘어난다.
자녀공제의 경우 황씨는 6세 이하 자녀양육비 200만원, 출생·입양공제 200만원, 다자녀 추가공제 100만원 등 500만원을 소득공제 받아 75만원(세율 15%)을 돌려받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자녀세액공제로 30만원(자녀 1인당 15만원)만 돌려받는다.
근로소득공제율도 축소된다. 근로소득공제는 월급쟁이의 과세표준을 계산할 때 필요경비 형식으로 일정액을 공제하는 제도다. 정부는 지난해 8월 발표한 세제개편안에서 총급여 기준으로 500만원 이하 공제율을 80%에서 70%로, 500만원 초과∼1500만원 이하는 50%에서 40%로 낮췄다. 또 4500만원 초과에는 5%를 일률 적용하던 것에서 1억원 구간을 신설해 1억원 초과 시 공제율을 2%로 적용키로 했다. 변경된 공제율을 적용하면 황씨의 근로소득공제액은 1365만원에서 1290만원으로 75만원 줄어든다.
다만 황씨는 근로소득세액공제에서 혜택을 볼 수 있다. 정부는 지난 8월 세제개편안을 수정하면서 근로소득세액공제 한도를 높여 세 부담이 늘어나는 기준선을 총급여 345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총급여 5500만원 이하는 공제 한도를 현행 50만원에서 66만원으로, 총급여 5500만원 초과∼7000만원 이하는 공제 한도가 50만원에서 63만원으로 높아진다. 황씨의 경우 산출 세액에서 기존보다 13만원의 세금이 더 깎이는 셈이다. 정부는 근로소득세액공제 한도를 높이면 총급여 6000만원 초과∼7000만원 이하 직장인은 세 부담이 기존보다 3만원 늘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황씨에겐 해당되지 않는다.
총급여 5500만원 이하는 세 부담이 늘지 않는다는 정부 설명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2011년 통계를 기반으로 기준선을 정한 탓이다. 홍만영 한국납세자연맹 팀장은 26일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2011년 통계치에 기반을 둔 것”이라며 “이 기간에 오른 근로자 명목임금을 고려하면 과세표준과 대상자가 달라지는데도 정부가 평균치에만 의존해 설명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