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월급봉투는 안녕하십니까 ②] 포괄임금 폐지 땐 택시기사 48~134시간 초과수당 ‘산정’
입력 2014-01-27 02:31
② 올해 근로소득 변화 바람 크다
정부가 연내 개편 의지를 밝힌 포괄임금제가 통상임금과 함께 노동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지난달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기존 통상임금 산정 체계가 대수술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사무직 근로자 대부분이 적용을 받고 있는 포괄임금제가 개편될 경우 노동시장의 일대 변혁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포괄임금 폐지되면 내 월급 오를까=결론적으로 포괄임금제가 폐지되고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각종 초과근로수당을 실제 근로시간대로 받게 된다면 여태껏 포괄임금제 적용을 받던 근로자들의 월급은 당연히 오르게 된다.
시간외수당이 실제 근로시간에 따라 정산되지 않고 미리 정해놓은 금액만큼 받고 있다면 포괄임금제가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출근부, 근무상황부, 근무실태부, 근로시간계산기 등을 사용해 초과근로 시간을 점검하지 않는 기업들을 빼고는 대부분 포괄임금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은행 직원들은 평상시에는 하루 평균 10시간51분 정도, 월말 등 업무가 몰려드는 시기에는 하루 평균 12시간23분을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간 연장근로시간을 계산하면 62시간47분∼96시간23분 정도가 된다. 은행별로 실제로 지급하는 연장근로수당은 월간 10∼15시간에 해당하는 금액에 불과했다. 결국 월 52시간47분∼81시간23분가량을 연장근로수당을 지급받지 않고 무료로 일하는 셈이다. 은행 직원들이 일한 시간만큼 초과근로수당을 지급받게 되면 시간외수당이 현재보다 5∼6배 많아지는 셈이다.
그러나 은행산업에서 연장근로를 하고도 실제 연장근로시간 그대로 수당을 신청하는 직원의 비율은 14.8%에 불과했다. 68.3%는 일부만 신청했고 16.9%는 연장근로수당을 전혀 신청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별로 8∼10시간 또는 15시간 정도로 연장근로를 신청할 수 있는 한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택시업계도 실제 초과근로시간보다 수당을 훨씬 적게 받는 대표적 직종으로 꼽힌다. 노동연구원 조사결과 월 만근을 기준으로 월간 임금을 지급하는 소정근로시간과 실제 근로시간의 차이는 1일 2교대제 기준으로 서울 48시간, 부산 108시간, 대구 85시간, 광주 83시간, 대전 52시간, 울산 134시간 등으로 나타났다.
◇포괄임금 왜 만연하나=현재 거의 모든 택시에는 운행기록장치(타코미터)가 설치돼 실제 주행시간, 대기시간, 식사시간 등을 모두 측정하고 계산할 수 있다. 그러나 사업주들은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근로시간 계산 특례 규정을 악용해 실제 근로시간보다 적은 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근로자가 사업장 밖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아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노사 합의로 정하는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책정하는 것이 허용되기 때문이다. 택시 업계는 2009∼2010년 최저임금제를 도입하면서 소정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노사 합의를 이끌었다.
배규식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법인택시의 압도적 다수에서 근로기준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났다”며 “노동시간을 실제 노동시간에 가깝게 산정하도록 엄정한 법 집행이 이뤄져야 하고 악용을 방지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포괄임금제는 산업화가 진행되고 업종과 직종이 다양해짐에 따라 1970년대부터 개별 사업장에서 기본임금을 정하지 않은 채 고정급을 지급하고 그 안에 연장·야간·휴일근로 등에 대한 가산임금이 포함돼 있다는 식의 관행으로 정착됐다. 이후 법원의 판례를 통해 정당성을 인정받게 됐다. 제조업의 공장제 근로를 염두에 두고 마련된 근로기준법 체계가 다양한 산업현장에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 연구용역 보고서는 “포괄임금제를 ‘외국인에게 우리나라 임금체계를 설명하고자 할 때 가장 부끄럽고 설명하기 힘든 노사 관행 중 하나’라고까지 평가한 학자도 있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및 연차유급휴가 미사용 보상금을 일정액으로 지급함으로써 근로자가 사용자의 연장근로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게 할 뿐 아니라 휴일이나 휴가를 돈으로 매수하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포괄임금제는 어떤 형태로든지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정부로서는 통상임금과 더불어 해묵은 난제 하나를 더 풀어야 하는 입장이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