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t 트럭몰고 대만 총통부 돌진

입력 2014-01-27 01:35


가정폭력에 대한 법원 판결에 불만을 품은 40대 대만 남성이 화물트럭을 몰고 총통부로 돌진했다고 대만 언론들이 26일 보도했다.

연합보 등은 25일 오전 5시5분쯤 골재운반 기사인 장더쩡(張德正·41)씨가 자신의 35t 화물트럭을 몰고 총통부로 돌진했다고 전했다. 트럭은 바리케이드 등 4중 안전장치를 뚫고 총통부 본관 건물 근처 계단을 들이받은 뒤 멈췄다. 이 사고로 장씨는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며 총통부 경비 병력 등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연합보 등은 덧붙였다.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은 사고 당시 아프리카 순방 중이어서 총통부 건물 내에는 없었다. 하지만 트럭이 멈춘 곳이 마 총통 집무실과 겨우 20m가량 떨어진 곳으로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장씨는 범행에 앞서 방송사에 보낸 편지에서 “전처를 폭행한 혐의로 법원이 40일간 구금처분을 내린 것은 잘못된 판결”이라며 “트럭 돌진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면 사형판결을 내리고 그렇지 않더라도 무기징역을 내려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그는 지도층에 대한 불만도 가감 없이 나타냈다. 그는 “돈과 권력 있는 사람들에게 요청하건대 나 같은 소시민이 국가를 구성하는 근본으로 제발 이런 사람을 무시하지 말아 달라”고 덧붙였다.

장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총통부 사진을 올리고 범행을 암시하는 글을 남기는 등 주변인에게 수차례 범행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자신의 집 거울에 유서 형태로 “아이들을 잘 돌봐 달라”는 내용도 남겼다.

현지 언론은 총통부 경비대가 건물 보호용 방탄유리 안전장치를 내린 것이 추가 피해를 막았다고 분석했다. 마 총통은 관련 사실을 보고 받은 뒤 즉각 각급 기관에 업무규칙에 따라 사건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또 총통부에 대한 보안 및 경계 강화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총통부는 정문 앞에 콘크리트 화분을 설치하는 등 청사 안전대책을 강화했다.

경찰 조사결과 트럭에는 폭발물 등 위험물질은 실려 있지 않았다고 연합보는 전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이번 사건이 1995년 미국 오클라호마에서 발생한 폭탄테러를 연상시킨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