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출마 친박 인사들 대놓고 ‘朴心’ 마케팅

입력 2014-01-27 01:34


6월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친박근혜계 인사들이 박 대통령과의 친분을 한껏 과시하고 있다. ‘박근혜 마케팅’이 공천에 이어 선거 본선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대선 후보이던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던 이학재 의원은 유력한 인천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그런 그가 최근 ‘달팽이는 제 집을 버리지 않는다’는 제목의 책을 냈는데, 첫 페이지를 넘기면 ‘살아서 꼭 돌아오세요’라고 적힌 큼지막한 제목이 눈에 띈다. 19대 총선 당시 박 대통령이 이 의원을 지역구로 보내면서 당부한 말이라고 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2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의원이 이번 인천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박심’(朴心·박 대통령의 의중)에 부합한다는 의미로도 해석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의원의 저서 시작 부분은 박 대통령과의 첫 인연, 각종 비화 등으로 채워져 있다. 전날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이 의원은 “박 대통령과는 운명적으로 만났고 운명적으로 함께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행사 사회를 김행 전 청와대 대변인이 맡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친박계 핵심으로 꼽히고 부산시장 선거에 도전하는 서병수 의원도 최근 ‘일하는 사람이 미래를 만든다’는 책을 내면서 박 대통령과의 각별한 인연을 소개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지난 7일 청와대 만찬에서 “부산에서 잘하고 계시죠?”라며 안부를 물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또 울산시장 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정갑윤 의원과 함께 박 대통령의 인도·스위스 순방에 동행했다. 서 의원은 27일 열리는 온두라스 대통령 취임식에 대통령 특사로 파견됐다. 세 의원은 지방선거와 직접 관련 없는 해외 활동상을 인터넷 등을 통해 상세하게 홍보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이미 이들을 당 후보로 낙점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돈다.

당내 경쟁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부산시장 선거전에 뛰어든 박민식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대통령을 가까이서 모셨다는 분이 자신의 정치적 목적 때문에 대통령을 마케팅으로 활용하는 것처럼 보여서 영 맘이 편치 않다.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며 서 의원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