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의 한방… ‘홍명보호’ 산뜻한 출발
입력 2014-01-27 01:37
상대의 밀집수비를 뚫는 감각적인 슬라이딩 슈팅. 장신 공격수 김신욱(26·1m96·울산)이 ‘홍명보호’의 새해 첫 평가전에서 다시 한번 해결사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거구를 던지면서 날린 슈팅은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김신욱은 26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메모리얼 콜로세움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려 한국의 1대 0 승리를 이끌었다. 최전방 원톱으로 출격한 김신욱은 전반 10분 고요한이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뒤 찔러준 패스를 오른발 슬라이팅 슈팅으로 연결했다. 코스타리카 골문 왼쪽 하단이 뚫렸다. 김신욱의 위치 선정이 적절했고, 슈팅 방향도 절묘했다. 골키퍼를 포함해 상대 선수가 6명이나 문전에 있었지만 아무도 그를 막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19일 러시아(1대 2패)와의 평가전에서 골 맛을 본 김신욱은 2경기 연속 A매치 득점을 올렸다. 두 경기 모두 머리가 아니라 발로 넣었다. ‘홍명보호’ 출범 이후 2경기 연속 골을 터뜨린 선수는 김신욱과 이근호(아이티전·크로아티아전)뿐이다. 하지만 이근호의 아이티전 득점은 페널티킥으로 올린 것이어서 김신욱의 연속 골이 더 값지다고 할 수 있다.
김신욱은 경기 후 “지난 스위스, 러시아전과 마찬가지로 감독님이 정해 준 역할에 충실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동료 선수들이 다 함께 힘들여 준비한 경기에서 혼자 최우수선수에 선정돼 미안한 마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선제골로 경기 주도권을 잡은 한국은 더욱 거세게 코스타리카를 몰아붙였다. 1-0으로 앞선 채 시작된 후반. 코스타리카 선수들은 경기가 풀리지 않자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후반 23분 랜달 브레네스는 이용에게 거친 양발태클을 걸었다. 부상 위험이 크다고 판단한 심판은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어 후반 39분 마우리시오 카스티요마저 경고 누적으로 쫓겨났다.
한국은 상대 선수 2명이 퇴장당하는 유리한 상황을 맞았지만 추가 골을 뽑아내지 못했다. 특히 코스타리카의 주전급 선수들이 많이 빠진 경기에서 골 결정력 부족을 드러낸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홍 감독은 “선수들이 70% 정도의 능력을 보이면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 이상을 해 준 것 같다”며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점은 아쉽다. 그러나 시즌을 시작하는 경기여서 선수들의 컨디션이 다소 올라와 있지 않은 상태였다”고 평가했다. 홍명보호는 30일 미국 샌안토니오 알라모돔에서 멕시코와 2차 평가전을 치른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