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선 무용지물… 수도권까지 감염] AI 기존 방역체계 한계… 설 대이동 초비상
입력 2014-01-27 03:31
전북 고창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열흘 만에 수도권과 전남으로 확산되고, 오리에만 국한됐던 피해가 닭으로 확대됐다. AI의 전국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개별 축산 농가에 AI 바이러스가 침입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정부의 차단 방역 체계가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7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12시간 동안 경기도, 충남, 충북 일대의 가축 및 축산관계자와 차량 등에 대해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발령한다고 26일 밝혔다. 지난 주말 동안 충남 부여, 전남 해남, 경기도 화성시 시화호 인근 등지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진됐기 때문이다.
앞서 정부는 고병원성 AI가 발병한 농장들을 추적 조사한 결과 다른 농장으로 바이러스가 옮겨간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최초 확진 사례 이후 발병한 다른 농장들은 모두 개별적·산발적으로 AI가 발병했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AI 바이러스는 공기로 전염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감염 농장을 드나드는 가축과 축산물 및 방역관계자와 차량 등의 소독을 철저히 하면 AI 발병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2003년 이후 올해로 다섯 번째 AI가 발병했고 모든 발생 사례에서 철새가 AI를 옮긴 주범으로 지목됐지만 여전히 철새에 의한 발생을 막지 못하고 피해지역은 날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방역 대책이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철새가 최초의 감염원이라면 발병 농장과 그 주변을 차단하는 방식을 넘어선 근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철새에 대한 예찰 방식을 바꾸는 등 정보 수집을 강화하고 실효성 있는 방역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다섯 번째 AI 발생인 올해 처음으로 가창오리에 추적장치를 부착해 경로 파악에 착수했다.
철새 도래지 인근 축산 농가들이 차단 방역을 소홀히 했거나 알지 못했던 틈으로 AI 바이러스를 묻힌 쥐 등 야생동물이 드나들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학계에선 AI 바이러스가 평상시 축산농가와 자연계에 존재하고 있다가 가축의 면역력이 약해지거나 AI 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좋은 기상여건이 조성되면 AI가 발병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