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밥값 꿀꺽한 쉼터 대표
입력 2014-01-27 01:33
식자재 납품업자와 짜고 서울시 급식보조금을 빼돌린 노숙인 쉼터 대표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은 허위로 카드 영수증을 발급받아 현금화하는 속칭 ‘카드깡’을 통해 보조금 1억여원을 가로챈 혐의(업무상 횡령)로 A씨(54·여)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와 공모한 납품업자 B씨(51)와 회계담당자 C씨(34)도 함께 입건됐다.
A씨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B씨와 짜고 식자재를 납품받은 것처럼 직불카드 사용 내역을 조작해 75차례에 걸쳐 1억2390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이렇게 빼돌린 보조금을 생활비와 개인 채무를 갚는 데 썼다. 회계담당자 C씨는 A씨의 지시로 매출전표와 거래명세서 등 증빙서류를 위조했다. C씨는 노숙인들이 금융기관에 돈을 맡길 수 없어 보관해둔 현금 700만원을 가져다 쓰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양평에서 노숙인 쉼터를 운영하는 A씨는 2003년 서울시와 관리·운영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매년 3억원 상당의 급식비를 지원받아 왔다. A씨는 범행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A씨의 법률대리인은 “보조금을 전부 실제 식자재 구입에 사용했고 경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된 것도 이를 방증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경찰은 “A씨의 법인 계좌에서 확실한 횡령 증거를 잡았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시가 연 1회 진행하는 노숙인 쉼터 감사에서 A씨의 비위는 한 번도 적발되지 않았다”며 “비슷한 사례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노숙인 시설 운영 전반에 대한 감사에 나서기로 했다. 범죄 행위가 드러나면 해당 시설과의 위탁계약을 해지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