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현대차 ‘그랜저 하이브리드’] 급가속 습관 버리니 연비 ℓ당 14㎞까지 쑥쑥
입력 2014-01-27 01:38
현대자동차의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시승한 첫날, 약 10㎞를 몰고 나서 당황했다. 전기모터와 가솔린엔진이 결합된 하이브리드 차량이므로 연비가 뛰어날 것으로 믿었는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공인연비는 16.0㎞/ℓ이지만 실제는 9.0㎞/ℓ에도 미치지 못했다. 서울 도심 퇴근길과 경사진 도로를 주행한 탓만은 아닌 듯 했다.
둘째 날, 차를 다시 믿어보기로 했다. 운전대 앞 디스플레이를 순간연비와 누적연비를 보여주는 화면으로 고정시켰다. 화면을 꼼꼼히 살펴보니 ‘EV MODE’(전기차 모드)가 눈에 들어왔다. 전기모터로 차가 움직일 때 이곳에 초록색 불이 켜졌다. EV MODE가 사라지면 가솔린엔진이 작동되는 소리가 들렸다. EV MODE가 자주 표시될수록 연비가 높아지는 원리였다.
신경을 집중했다. 평소라면 가속 페달을 밟고 있을 내리막길에서 발을 뗐다. 차의 속도는 줄었지만 순간연비는 표시될 수 있는 최고치까지 올라갔다. 누적연비도 점차 오르기 시작했다. 둘째 날 약 30㎞ 시내 구간을 주행한 뒤 누적연비를 보니 10.0㎞/ℓ에 가까웠다. 노력이 보상을 받았다.
시승 마지막 날은 일요일이었다. 오전 8시쯤 서울 여의도를 출발해 강변북로와 내부순환도로를 차례로 주행했다. 시속 80㎞에서도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전기차 모드로 전환됐다. 불과 20여분 주행이었는데 연비가 급격히 좋아지더니 누적연비가 쭉쭉 올라갔다. 첫날부터 따져 3일간 연비 평균이 11.0㎞/ℓ를 넘었다. 마지막 날 연비는 13∼14㎞/ℓ이었을 것이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현대차가 수입 디젤차와의 연비 경쟁을 위해 지난해 말 내놓은 차다. 현대차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세타Ⅱ 2.4MPI 하이브리드 엔진과 35㎾급 고출력 전기모터가 장착됐다. 최고출력은 엔진과 모터를 합해 204마력이다. 시승 3일간 힘이 부족하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정숙성은 전반적으로는 괜찮았고 전기차 모드 구간에서는 뛰어났다.
가격은 3460만원으로 가솔린 모델인 ‘2.4 모던’에 비해 484만원, ‘3.0 프리미엄’에 비해 187만원 비싸다.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세제 혜택을 고려하면 실제 구매시 가격차이는 2.4 모델 대비 358만원, 3.0 대비 34만원 비싸다는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하이브리드에는 전자파킹브레이크(EPB) 등 가솔린 모델에 기본으로 장착되지 않은 사양도 있다. 차값을 더 들인 만큼 기름값을 아낄 수 있을지는 먼저 자신의 운전습관과 차를 보유할 기간 등을 따져본 뒤 판단할 필요가 있겠다.
권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