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더 가볍게… 차, 鐵 벗고 알루미늄 입다
입력 2014-01-27 01:38
툭 치면 찌그러질 것 같은 알루미늄으로 자동차를 만들 수 있을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이른바 ‘알루미늄 100%’를 내세운 자동차가 최근 속속 선보이고 있다.
◇알루미늄으로 차 무게 420㎏ 줄어=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지난 14일 출시한 고급 세단 ‘재규어 뉴XJ’는 알루미늄 합금만으로 차체를 제작했다. 이전 모델에 비해 무게가 150㎏이나 가벼워져 주행시 유연성이 더 좋아졌다. 지난해 10월 국내서 출시된 랜드로버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도 차체가 100% 알루미늄 합금이다. SUV 차체가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것은 세계에서 처음이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이 차 역시 이전 세대 모델에 비해 무게가 420㎏이나 줄었다. 비율로는 39%나 살을 뺀 셈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모델인 ‘SL 63 AMG’도 차체를 알루미늄으로 제작해 무게를 140㎏ 감소시켰다. 특히 각 부분별로 서로 다른 성질의 알루미늄 합금을 쓰는 효율적 경량화를 통해 안전성과 편의성을 향상시켰다.
BMW가 지난해 내놓은 5시리즈에는 문짝과 덮개(후드) 등에 알루미늄이 선별적으로 쓰였다. BMW 관계자는 “모든 문짝에 알루미늄을 사용해 차의 무게를 23㎏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비 좋아지는 효과 있지만 비싼 가격이 단점=자동차 업체가 알루미늄을 사용하는 이유는 연비와 주행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다. 차의 무게가 줄면 기름이 덜 들어 연비가 좋아지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어든다. 일반적으로 무게 100㎏이 줄면 연비가 2% 좋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가 가벼워지면 공기저항도 줄어 차가 더 민첩하게 반응하는 효과도 있다. 알루미늄은 밀도가 철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차량의 크기를 줄이지 않으면서 무게를 줄여주는 소재로 각광받고 있다.
문제는 철에 비해 훨씬 비싼 가격이다. 수입차 중에서도 일부 고급차에만 알루미늄이 쓰이는 이유다. 재규어 뉴 XJ의 경우 가격이 1억990만원부터 2억2790만원에 이른다. 올 뉴 레인지로버 스포츠도 1억원을 넘는다. 알루미늄 합금 기술이 발달하긴 했지만 아직 철에 비해 강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단점이다.
차체에 들어가는 알루미늄은 음료수 캔에 쓰이는 것과는 전혀 성질이 다르다. 강성을 높이기 위해 마그네슘 등 다른 소재를 섞은 ‘합금’이다. 이에따라 ‘알루미늄 100%’라고 해도 순수 알루미늄 100%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음료수 캔의 알루미늄도 순수 100%는 아니다. 알루미늄 가공업체인 노벨리스는 “개별 자동차 업체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성형하고 가공해 알루미늄 판재를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알루미늄 채택 차량 점점 늘어날 듯=국내 자동차 업계는 아직 일부에서만 알루미늄을 사용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26일 “충돌 성능 테스트까지 충족시키려면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질 것”이라면서 “현대차가 기술이 없어서라기보다는 가격 경쟁력을 고려해 알루미늄을 제한적으로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형 제네시스에는 쇼크업소버(차체와 바퀴 사이 충격흡수 장치) 덮개에 알루미늄이 사용됐다.
하지만 차량 경량화가 업계의 대세여서 차량용 알루미늄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포스코는 철강에 알루미늄을 섞은 자동차 강판을 연구, 개발 중이다. 노벨리스는 자동차용 알루미늄 판재 생산 공장을 중국 창저우에 짓고 있으며 올 하반기부터 생산을 시작한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