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 부른 고통 ‘아토피’] 가려움·염증 잡는 스테로이드 부작용도 심각
입력 2014-01-27 01:37
얼마 전 8살 난 딸의 아토피 피부염을 고치지 못해 자책하던 30대 주부가 딸을 살해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다. 그녀는 “아토피가 정말 무섭다. 나중에 올 후유증이 너무 겁난다. 나의 무지함 때문에 아이가 더 아픈 것 같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아토피 피부염으로 인한 고통이 얼마나 컸기에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을까. 죽음까지 부른 아토피 피부염이란 어떤 병이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최인화 교수와 중앙대병원 피부과 서성준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가려움증 해소가 관건=아토피 피부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바로 가려움증이다. 심하게 가려울 때는 작은 뾰루지 모양의 발진이나 작은 물집이 잡힌다. 여기에 세균이 감염되면 곪는다. 그렇지 않으면 각질이 일어나는 증상을 동반한 발진이 넓게 퍼진 판 형태를 이뤘다가 피부가 점점 두꺼워지고 주름도 선명해지는 태선화(苔癬化) 현상으로 발전하게 된다. 태선화 현상은 환부가 가려워 손으로 긁으면 긁을수록 더 심해진다.
생후 2개월∼2년 사이의 유아기에는 진물이 흐르고 딱지가 앉으며 피부가 갈라지는 균열 증상이 귀 주변부에 먼저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2세가 지나면 그 증상이 피부가 겹치는 부위, 허벅지 뒷부분, 엉덩이 가슴, 배 등으로 번지고 입술이 건조해 갈라지며 각질도 일어나는 구순염 발생도 잦아진다.
가려움증 같은 피부 증상 외에 다른 증상도 동반된다. 예컨대 피부가 거칠다 보니 ‘닭살’(모공각화증)과 뺨이나 팔, 어깨 등에 마른버짐이 많이 나타나고 눈 주위가 거무스름하게 착색돼 보이기도 한다.
◇스테로이드 남용은 금물=아토피 피부염으로 가려움증에 시달리다 보면 피부를 긁게 되고 이로 인해 상처가 생기면서 염증이 심해지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스테로이드제 연고다. 염증과 가려움증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환자들도 그럴수록 스테로이드 연고제 의존도가 높아지기 쉽다. 흔히 피부과 의사들이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을 위해 스테로이드제를 처방할 때 ‘최소의 양으로 최대의 효과’를 노리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스테로이드제를 남용하면 정맥 혈관이 다 비칠 정도로 피부가 얇아지는 부작용을 겪게 된다. 모세혈관이 비쳐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게 변하는 안면홍조증과 얇아진 피부가 가벼운 자극에도 쉽게 찢어지는 부작용도 나타난다.
염증이 생긴 환부에만 바르는 국소용 스테로이드 제제는 현재 중증도와 연령에 따라 용법 및 투약 기간이 각각 다르다. 소아의 경우 대부분 가장 약한 단계에서 시작하는데 하루에 1∼2회, 길어야 2∼3주 정도만 사용하는 게 원칙이다. 성인도 한 번에 최대 4주 이상 스테로이드제를 쓰지 말도록 권장하고 있다.
아토피 피부염이 좋아졌다가 재발하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주치의나 병원을 개인 사정으로 바꾸게 될 때도 주의가 필요하다. 이땐 이전 병원에서 어떤 처방으로 스테로이드제를 얼마나 사용했는지 확인하고, 새로 찾아간 병원의 의사에게 알려줘야 한다. 그래야 스테로이드제를 장기간 과도하게 사용하다 생기는 부작용을 피할 수 있다.
◇목욕을 할까, 샤워를 할까=일반적으로 피부가 건조한 사람에게는 목욕보다 간단히 샤워만 하고 보습제를 충분히 발라주는 게 좋다. 그러나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에게는 이와 달리 샤워보다 목욕을 권하는 일이 많다. 목욕이 스테로이드 성분의 피부 투과율을 10배 이상 증가시켜 치료 효과를 높여주기 때문이다.
물론 목욕이 좋다고 매일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샤워는 이틀에 한 번 정도, 목욕은 1주일에 1∼2회, 목욕 시간은 10∼15분이 적당하다. 단, 때는 안 미는 것이 좋고, 목욕 후 3분 이내에 바셀린과 같은 보습제를 발라 피부 각질층에서 수분이 기화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는 가려움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피부자극을 줄여야 한다. 모직이나 합성섬유로 만든 옷이나, 지나치게 달라붙는 타이츠나 스타킹 등 피부를 자극하는 옷 입기를 피하고 부드러운 면 소재 옷을 입는 게 좋다.
밤중에 갑자기 가려움증이 심해질 때는 찬 수건이나 얼음, 차가운 빈 병을 피부에 대면 가려움증 해소에 도움이 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