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진 목사의 시편] 리더의 조건
입력 2014-01-27 01:37
지난해 한 지상파 방송사가 신년 기획으로 제작해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얻은 ‘리더의 조건’이라는 교양 프로그램이 있었다. 지금 우리 사회가 간절히 원하는 새로운 리더십을 포착해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도전과 감동을 주었다. 아쉽게도 필자는 그 프로그램에 대해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책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구해 읽었다.
이 책에 소개되는 6명의 리더 가운데 한 명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위치한 소프트웨어 업체 SAS의 리더 짐 굿나잇 회장으로 ‘기업 자산의 95퍼센트는 직원’이라는 신념으로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정년이 없는 ‘3무(無)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또 다른 리더인 국산 소프트웨어 벤처기업 제니퍼소프트 이원영 대표는 상하 위계질서가 분명한 한국 기업 풍토에서 직원들 간 수평적인 의사소통을 도모하고 있었다.
전(前) 핀란드 대통령 타르야 할로넨은 대통령 재직 시 국빈방문한 나라에서도 자신이 들고 온 다리미로 외출복을 손수 다리면서 호텔의 모든 편의를 거절했다고 한다. 스웨덴의 현역 국회의원 수잔네 에버스타인은 지하철을 타고 국회까지 출퇴근하고 있었으며,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대통령은 낡은 폭스바겐 자동차 한 대가 그의 전 재산이었다. 남미 이민 역사 106년 만에 한인 시장(市長)으로 처음 선출된 정흥원 시장은 중학교 중퇴 학력이었지만 ‘빈민의 대부’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이들이 보여준 ‘진정한 리더’의 자세는 특권을 버림으로써 사람들에게 신뢰와 권위를 얻는다는 것이었다.
중국 전국시대 위(魏)나라 장수였던 오기(吳起)는 몸소 부하들의 종기를 입으로 빨아내 그들의 신뢰를 얻었다. 그는 진(秦)과 싸워 다섯 성읍을 함락하는 등 큰 전공을 세웠다. ‘사기(史記)’는 이렇게 기록했다. “오기는 장군임에도 불구하고, 진을 치고 싸우는 병졸과 함께 똑같이 입고 먹었으며, 잠을 잘 때도 똑같이 변변치 않은 자리를 깔았고, 행군을 할 때는 함께 걸었다.”
예수께서는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종이 되어야 한다’(마20:27)고 말씀하셨다. 이는 단순히 영적 세계에만 국한된 말씀이 아니라 세상을 다스릴 수 있는 큰 지혜다. 이것이 ‘서번트(종)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다.
1세대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서번트 리더십을 실천했다. ‘아골 골짝 빈들에도 복음 들고 찾아’ 갔다. 그래서 한국교회가 부흥했다. 하지만 2세대, 3세대를 거치면서 급격히 성장한 한국교회는 1세대가 심은 나무의 과실만 따먹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다음 세대를 위한 묘목을 심지 못했다. 이제 4세대 목회자들은 임지가 없어서 떠돌아다니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위기의 한국교회를 되살리는 길은 지금 이 순간부터 모든 목회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더욱 낮아지는 자세로 교회와 세상을 섬기는 것뿐이다. 그것이 오늘날 교회 리더의 조건이다.
<거룩한빛광성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