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본 국격 수준 드러낸 NHK 회장의 위안부 망언
입력 2014-01-27 01:32
모미이 가쓰토 일본 NHK 신임 회장이 그제 취임 기자회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 “전쟁을 했던 어떤 나라에도 위안부는 있었다”며 “한국이 일본만 강제연행했다고 주장하니까 이야기가 복잡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상하라고 하지만 이미 일한조약으로 해결된 것으로 다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이상하다”고 주장했다. 공영방송 최고책임자이자 소위 지식인이라는 NHK 회장의 인식이 이 정도라니 참으로 놀랍고 개탄스럽다.
모미이 NHK 회장의 발언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뿐만 아니라 여성 전체의 존엄을 모독하는 행위이다.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보지 않고 전쟁터의 성적 노리개쯤으로 보는 천박한 인식을 드러낸다. 일본군이 강제연행하지 않았다는 발언은 명백한 역사왜곡이다. 일본이 국가차원에서 강제로 일본군 위안부를 동원했다는 것은 역사적 자료들과 피해자들의 구체적 증언이 증명하고 있다. 1993년 일본 정부가 조사 끝에 내놓은 고노담화는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했다.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린다고 치욕의 역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일본 극우 정치인사들의 망언은 도를 넘어섰다.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은 지난해 “전쟁 중에 군 위안부 제도는 필요했다”, “주일미군은 매춘업소를 활용해야 한다” 등의 발언으로 국제적 비난을 받았다. 역사를 부인하고 왜곡하는 아베 신조 총리와 극우 인사들의 망언은 국제적으로 존중받지 못하는 일본의 국격 수준을 그대로 드러낸다.
과거를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는 민족은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할 뿐이다. 일본은 독일이 나치 만행에 무릎 꿇고 사죄했듯이 일제 강점기 과오에 대해 사과하는 길만이 오욕의 역사를 씻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 정부는 NHK 회장의 망언에 엄중히 항의하고 이런 막말로 위안부 할머니들이 두 번 상처를 입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은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위안부 할머니 한 명이 어제 또 세상을 떠났다.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일본의 공식 사과와 배상을 서둘러 받아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