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자체 파산제 도입 실기해선 안 된다

입력 2014-01-27 01:40

정부가 지방자치단체 파산제도 도입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고 한다. 지자체 파산제는 김영삼정부 시절이던 1995년 민선1기 지방선거를 앞두고 처음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 이래 김대중·노무현정부에서도 잇따라 추진됐었으나 결실을 맺지 못하고 이번에 다시 추진되고 있다. 보수·진보정권 구분 없이 추진했다는 점에서 제도 도입의 당위성은 증명됐다고 할 수 있다.

공기업뿐 아니라 지자체의 부채규모 또한 심각한 수준이라는 건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니다. 2012년 말 현재 전국 지자체 부채는 27조1252억원에 이른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전인 2007년에 비해 무려 49.0%나 늘었다. 여기에 지방공기업이 갚아야 할 빚 72조5000억원(2012년 말 현재)을 합하면 100조원에 육박한다. 지금은 100조원을 훌쩍 넘을 것이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도 지자체의 방만한 재정운용은 도무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전시성 사업과 호화청사 건립 등에 예산을 허투루 쓰는 곳이 수두룩하다. 더욱이 이를 제어해야 할 지방의회 또한 단체장과 한편이 되는 경우가 허다해 본래의 견제 기능을 상실한 곳이 적잖다. 부실 지자체의 빈 곳간을 중앙정부의 지방교부금으로 메워주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다름 아니다. 다른 견실한 지자체와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정신 못 차린 지자체는 과감히 퇴출시켜야 한다. 강력한 제재장치를 마련해야 지자체 간에 건전 재정 달성을 위한 경쟁심이 생긴다.

지자체 파산제는 중앙정부가 갚을 능력이 없는 지자체의 빚을 청산하는 대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제도로 미국과 일본 등에선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다. 2006년과 지난해 각각 파산을 선언한 일본 홋카이도의 유바리시와 미국의 디트로이트시는 현재 뼈를 깎는 회생작업이 진행 중이다. 파산하면 세금과 공공요금은 오르게 되고, 예산 편성권과 자치권이 일부 제한된다. 해당 지역 주민의 고통과 부담이 커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유바리, 디트로이트 같은 지자체들이 적지 않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광역단체로는 예산 대비 부채비율이 37.6%에 달하는 인천시가 있고, 기초단체로는 경기도 성남, 용인, 의정부와 강원도 태백 등이 재정위기에 직면해 있다. 잘못이 있으면 그에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한다. 지자체라고 예외를 둘 이유가 없다.

이 제도의 성공적 도입을 위해서는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대 2인 현재의 세수구조 조정 등이 전제돼야 한다고 본다. 지방세 비율을 올려야 한다. 지자체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물으려면 지자체에 그에 걸맞은 권한을 줘야 한다. 그래야 파산제 도입에 부정적인 지자체와 지역주민의 설득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