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카드 사태’ 는 정쟁거리 아니다

입력 2014-01-27 01:50

국회에 계류 중인 개인정보보호 법안들 신속히 처리해야

KB금민·롯데·NH농협카드의 개인정보 무더기 유출 사고의 2차 피해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번 사고에 편승한 보이스피싱과 파밍, 스미싱 등 전자금융 사기와 대출 사기 사건으로 5000만원의 피해를 당한 사례까지 발생했다. 또 문제가 된 3개 카드사는 물론 다른 카드사의 개인정보도 암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다고 한다. 카드 해지나 재발급 신청은 450만 건을 훌쩍 넘어섰다. 국민들의 분노와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는 뜻이다.

정치권에서도 논의가 한창이다. 하지만 여야는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국회 차원에서 신용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하고 있으나 방법론을 놓고 이견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담당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청문회를 열자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국회에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맞서 있다. 새누리당은 국정조사를 실시하면 사태 수습이 뒷전으로 밀리고, 정치공방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이 국가재난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국정조사가 정답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여야는 조속히 접점을 찾아야 한다. 입으로는 ‘국민 불안을 해소해야 한다’면서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는 건 눈살을 찌푸리게 할 뿐이다. 새누리당은 수세적인 자세를 버려야 한다. 정부의 책임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마땅하다. 그동안 국민들 사생활 보호는 소홀히 한 채 금융사 편의에 관심을 더 기울인 결과 이 같이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일어난 것 아닌가. 부랴부랴 종합대책을 발표한 이후 전화를 이용한 금융사의 영업행위 전면 금지 등 추가 대책을 쏟아내고, 급기야 범정부적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겠다고 나선 것은 정부의 인식이 안이했다는 점을 보여준다. 새누리당은 정부를 감싸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민주당은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정부·여당에 대한 공격 소재로 삼아선 안 된다. 박근혜정부에 상처를 입히는 수단으로 활용하려 들면 구태정치라는 역풍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국민들의 착잡한 심정을 보듬는 자세가 우선돼야 한다.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청와대와 내각의 전면적인 인적 쇄신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성급하다.

정치권의 과제는 또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개인정보 보호 관련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하는 일이 그것이다. 현재 국회에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법안들이 10여개 제출돼 있다. 스팸문자와 스미싱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거짓으로 표시된 전화를 원천 차단하는 법안도 있고, 금융사가 주민등록번호 등을 수집할 경우 반드시 암호화하도록 하는 법안도 있다. 여야는 2월 임시국회에서 이들 법안들을 개정하겠다고 밝혔으나 최대한 서둘러야 한다. 총체적으로 부실함을 드러낸 개인정보 보안 실태를 강화하고 2차 피해를 방지하는 게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