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십자가의 복음
입력 2014-01-27 01:31
마태복음 27장 33∼36절
예수님께서는 십자가를 지시기 전에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마취제로 주는 쓸개 탄 포도주를 거절하셨습니다. 똑똑한 정신으로, 분명한 의식으로 중차대한 십자가의 고통을 끝까지 견디시려고 하신 것입니다. 이 사실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자극으로 환기시킵니다. 오늘 우리는 중대한 인생을 몽롱함과 마취 상태로 살고 있습니다. 현대인들의 생활 모습을 서너 가지로 지적할 수밖에 없습니다.
첫째, 무의식과 습관의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어느 교수가 말했습니다. “만약 모든 비문을 진실하게 솔직히 기록한다면 절대 다수의 묘비에 ‘여기 죄악의 습관으로 목숨을 잃은 자가 누워 있다’라고 기록해야 한다.” ‘무의식’과 ‘죄악의 습관’이라는 쓸개 탄 포도주를 연신 마시며 몽롱함과 마취 상태로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을 향한 뼈아픈 지적입니다.
둘째, 감정에 사로잡혀 살아가고 있습니다. 현대인들이야말로 세속적이고 육체적인 쾌락주의에 빠져 있습니다. 심지어 살인까지 해 가며 쾌락(유흥)을 즐기려 합니다. 오늘날 인생들은 쾌락이라는 쓸개 탄 포도주를 마시며 우리 사회 공동체를 송두리째 썩히고 있습니다.
셋째, 본능애적 욕심의 생활입니다. ‘내 인격’ ‘내 명예’ ‘내 사상’ ‘내 생명’ ‘내 자녀’ ‘내 재산’…. 이것들을 부둥켜안고 살아가면서 행여 손해라도 입을라치면 눈에 불을 켜고 발악합니다. 오늘의 인생들은 ‘욕심’이라는 쓸개 탄 포도주를 마시고 세상을 온통 피투성이로 만들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목회자도 예외가 아니라는 겁니다. 30대 중반 즈음 미칠 듯이 목회에 전념하던 때였습니다. 한 신자가 “오늘날 모든 교회는 ‘매너리즘’에 빠져있습니다. 이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라고 충고했습니다. ‘생명력은 없이 분주하기만 한 목회’라는 지적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 신자를 통해 나에게 주시는 충고였습니다.
그 충고를 되새기며 검토해 보니, 나의 분주함은 주님을 위한다면서도 목회가 아닌 시간낭비가 많이 섞여 있었습니다. 목회자도 ‘먹고살기 위해’ 일하면 직업이고, ‘돈을 벌고 재산을 만들기 위해’ 일하면 영업이 됩니다. 오로지 소명의식으로 일할 때만 목회요 성직자가 되는 것인데, 나의 목회는 직업·영업을 벗어나지 못하는 분주였습니다. 부지불식간에 목회자인 나도 현대인들과 똑같이 ‘무의식’ ‘습관’ ‘쾌락(취미)’ ‘욕심’이라는 쓸개 탄 포도주를 마시며 매너리즘 목회에 젖어 있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쓸개 탄 포도주를 거절하시고 똑똑한 정신으로 우리가 죗값으로 져야 할 십자가를 죄 없으신 몸으로 대신 져 주셨습니다. 목회자인 내가 먼저 십자가 앞에서 삶 속에서 나타나는 쓸개 탄 포도주를 단호히 거절해야 합니다. 똑똑한 정신과 또렷한 의식으로 오로지 영혼 구원에 집중하는 참 목회를 할 때 하나님께서는 교회와 세상을 변화시켜 주십니다. 한국의 국가·사회·안보·사상·윤리적 위기 등 지금 직면한 모든 위기는 우리 목회자의 매너리즘 목회에서 비롯됐습니다. 통탄하며 회개합니다. 옛날 바울 사도는 온갖 위기 속에서 “내가 너희 중에서 예수 그리스도와 그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알지 아니하기로 작정하였음이라(고전 2:2)”라고 고백하며 죄악으로 썩은 로마를 십자가 복음으로 구원하는 일에 힘을 쏟았습니다.
우리 목회자들도 바울 사도처럼 예수님의 십자가를 지고 십자가를 자랑하며 십자가를 전파하는 십자가 정병으로 구령에 힘씁시다. 국내외에 엄습하는 위중한 정세 속에서 위기를 직접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위기의 해결자’ 하나님께 회개하며 간구합시다. 십자가 복음으로 구원하는 일에 집중합시다. 남북한 복음화의 기적과 더불어 세계선교가 박차 오를 것을 확신합니다.
*이 설교문은 지난 2일 개최된 예장통합 총회의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금식기도회’ 설교를 요약한 것입니다.
림인식 목사 (노량진교회 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