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배병우] 수뢰 추문… 무너진 ‘버지니아 웨이’
입력 2014-01-27 01:35
버지니아주는 미국 역사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하지만 버지니아인들은 독특한 정도가 아니라 ‘특수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고쳐 말할 가능성이 높다.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제임스 매디슨, 조지 메이슨, 패트릭 헨리 등 기라성 같은 미 건국의 아버지 상당수가 버지니아 출신이다. 미국 독립전쟁을 이끌고, 헌법을 만들고, 독립선언서를 기초한 이들이 모두 이곳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버지니아인들의 자부심을 이해하게 된다. 버지니아주의 특수성은 공식적으로 주(state)라는 명칭 대신 코먼웰스(commonwealth)라는 명칭을 고집하는 데서도 확연히 알 수 있다.
특히 버지니아 정계에서는 ‘버지니아 방식(Virginia Way)’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이는 예의와 절제, 초당파적 합의가 통하는 ‘신사도 정치’가 가능하다는 믿음이다. 이러한 신념은 ‘공직을 맡은 이는 신사이므로 부패나 정경유착 같은 일에 연루될 리 없다. 그러므로 강력한 공직 윤리 규정이 불필요하다’는 전통으로 이어졌다. 실제 버지니아주는 주 차원의 ‘공직자 윤리위원회’가 없으며 선거 기부금에 대한 상한도 없는 극소수 주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직전 주지사이자 공화당 유력자인 밥 맥도널 부부의 ‘금품수수’ 사건으로 이 같은 전통이 산산이 깨지고 있다. 연방 검찰은 최근 맥도널 전 주지사와 부인 모린에 대해 제약사 ‘스타사이언스’ 최고경영자(CEO)인 조니 윌리엄스로부터 14만 달러 상당의 선물과 5만 달러의 대출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 부부가 회사 제품 판매 및 연구 지원 등에 주정부 협조를 주는 조건으로 금품을 받았다면서 14개 혐의를 적용했다. 이들이 받은 금품에는 명품 드레스, 롤렉스시계 등은 물론 딸 결혼식 비용까지 포함됐다. 유죄 선고를 받든 아니든 이미 맥도널은 역대 버지니아 주지사 중 범법 혐의로 기소된 최초의 인물로 기록되게 됐다.
워싱턴포스트(WP) 등 유력 언론은 물론 지역언론도 ‘버지니아 웨이’를 재건축해야 한다며 공직자 윤리 규정을 전면 혁신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존 치체서터 전 버지니아주 상원의원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버니지아인들에게 ‘문화 충격(culture shock)’과 같다”고 말했다.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