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방위 평화공세 배경… 한반도 긴장 책임 떠넘기기, ‘위장공세→도발’ 패턴 주시

입력 2014-01-25 01:34


북한 국방위원회는 24일 공개서한을 발표하면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특명’에 따른 것이라고 명시했다. 최고지도자의 의중이 반영된 점을 강조한 것이다. 때마침 신선호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25일(한국시간) 새벽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방위적 평화공세를 펼쳐 남북관계 개선의 진정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실질적인 남북관계 개선 조치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여전히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특히 장성택 처형 이후 내부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오히려 대남 도발이 이뤄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진정성 강조하는 북한=북한은 우리 정부에 “뚜껑도 펼쳐보지 않고 볼 것이 없다는 식으로 좋은 책을 내던진다면 어떻게 되겠는가”라며 “남조선 당국은 관계개선과 관련한 우리의 제안을 깊이 새겨보지도 않고 함부로 상대를 걸고들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공개서한에서 북한은 중대제안에 대한 남한 정부의 부정적 평가와 사실상 거부태도에도 불구하고 실천행동을 이어갈 것임을 시사했다. 실제 노동신문은 이날 대남 비방 글을 주로 실어온 5면과 6면에 남한에 대한 비난 대신 미국과 일본을 겨냥한 비판적 논조만 게재했다. 또 공개서한에서 “우리는 벌써 서해 5개섬 열점수역(무력충돌 가능성이 높은 곳)을 포함한 최전연(최전선)의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 상대방을 자극하는 모든 군사적 적대행위까지 전면 중지하는 실천적인 조치들을 먼저 취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1월부터 시작한 동계군사훈련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이를 발표함으로써 한국 정부의 선택을 촉구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또 장성택 처형 이후 외자유치가 사실상 어렵게 되자 자력갱생을 위한 외부의 안정적 환경 조성이 절실하기 때문에 전방위 평화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정부 “공개서한은 모순덩어리, 진정성 없다”=정부는 일단 북한의 전방위 평화공세가 한반도 긴장 상황의 책임을 남한 정부에 돌리기 위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연일 평화공세를 펼치고 있지만 이산가족상봉 등 실질적인 남북관계 개선 조치는 전혀 없다는 점에서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한반도 긴장완화의 핵심인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공개서한에서도 전혀 언급이 되지 않았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통일생각이 주최한 신년 인사회 축사에서 “요즘 북한이 계속 말로 관계 개선에 관한 자신들의 의도를 내비치고 있는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실 모순투성이”라며 “우리는 북한이 말만 내놓을 것이 아니라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도 핵을 그만 내려놓고 우리가 내미는 신뢰와 협력의 손을 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또 북한이 그동안 대남도발 직전 위장 평화공세를 펼치는 패턴을 보였다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현재 장성택 처형 이후 여전히 내부 불안 요소가 많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대남 도발을 통해 이를 잠재우려 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북한은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주장한 지 두 달도 되지 않은 2월 12일 3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위용섭 국방부 부대변인은 “군사적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의 감춰진 이면의 얼굴을 보는 것”이라며 “북한군은 지난 16일 중대제안을 해놓고 김 제1비서가 특수전부대의 훈련을 참관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