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자르기 급급하던 정부, 불안감 확산에 뒤늦게 강수

입력 2014-01-24 22:27 수정 2014-01-25 03:31

정부가 개인 정보 불법 유통시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정부는 24일 신제윤 금융위원장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개인신용 정보의 불법유통·활용 차단조치를 즉각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국민들의 불안이 이번 사고에 따른 피해 여부와 무관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불법 정보 유통시장의 규모 등 단속 대상도 파악되지 않은 데다 일부 대책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고강도 단속·개인정보 수요 원천 차단, 실효성은?=정부는 이날 금융당국과 검·경, 지자체 합동으로 불법 정보를 유통할 가능성이 높은 미등록 대부업체와 개인정보 브로커 등을 집중 단속한다고 밝혔다. 적발 시 신용정보보호법상 최고형량인 5년 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키로 했다. 또 금융감독원 등에 불법개인정보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한편 신고자에게 최대 1000만원의 포상금을 주는 ‘불법유통 개인정보 신고 포상금제’ 도입도 검토키로 했다. 인터넷, 무가지 등의 불법 광고도 색출해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이 큰 전화번호와 이메일에 대한 단속도 강화할 방침이다. 비대면방식의 대출 승인 시 대출 모집 경로 확인을 의무화하고, 대출 모집인뿐만 아니라 고객에게도 대출 안내·모집경로 등을 직접 문의하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불법 정보 유통 시장의 규모나 유통 방식 등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범정부차원의 단속과 조사 등을 통해 구체적인 통제방안을 2월 중에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때까지는 불법 정보를 이용할 가능성이 있는 금융거래를 원천 차단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복안이다. 일단 모든 금융업종에 대해 불법 개인 정보 활용이 의심되는 거래가 발견되면 당국에 즉각 통보토록 했다. 전화나 문자, 이메일 등을 통한 대출권유·모집행위는 아예 3월 말까지 제한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이는 금융사들에 대출 영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어서 현실성이 떨어진다. 신고포상금제도 금융사가 재원을 조달해야 하는 구조여서 금융사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대한 협조해 달라고 하되 불가피한 경우엔 대출 승인 시 의무적으로 불법 정보 활용여부를 대출모집인과 고객에게 이중으로 확인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꼬리만 자르려다 혼란 자초=금융당국은 근절 대책 추진 배경으로 “불법 유통되는 개인정보로 인한 모든 피해가 이번 사고와 연관된 것으로 인식돼 혼란을 키우고 있다”면서 “과도한 쏠림현상으로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이 훼손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유출 정보가 유통되지 않았다”는 당국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정보유출 사고 이후 인터넷상에서는 최근 도박 권유 등 스팸문자가 늘어난 게 이번 사건 때문이라는 식의 얘기가 끊임없이 확산되고 있다. 소비자들 뇌리에는 어떤 식으로든 정보가 시장에서 돌아다닐 것이라는 의구심이 확고히 박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유출 정보의 2차 유통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한 것은 아니다”는 점만 확인시키기에 급급했다. 이렇다 보니 국민들의 의혹은 더 증폭됐다. 이날 오후 6시까지 KB국민·롯데·NH농협카드의 카드 재발급(266만5000건), 해지(153만6800건), 탈회(57만9600건) 신청은 총 478만1400건에 달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