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폭발 왕이… “진상 감추려 할수록 본색 드러난다… 닦을수록 검어진다”

입력 2014-01-25 02:32

이번에는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직접 나섰다. 그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일본의) 행위를 손을 맞잡고 함께 제지하길 국제사회에 호소한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23일 올린 성명에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2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에 대해 궤변을 늘어놓자 친강(秦剛) 외교부 대변인이 이를 맹비난한 데 이은 것이다. 왕이 부장은 다보스 포럼에 참석하면서 방문한 스위스 몽트뢰에서 이러한 반응을 내놓았다. 중국은 아베 총리가 지난해 12월 26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뒤 한 달 내내 전방위적으로 이를 공격해 왔다.

왕이 부장은 “진상을 감추려 할수록 본색이 드러난다(욕개미창·欲盖彌彰)”거나 “닦으면 닦을수록 검어진다(월말월흑·越抹越黑)”는 중국 격언으로 성명을 시작했다. 그는 이어 “아베의 해명은 그가 인류 양심 및 국제적 도리와 정반대의 잘못된 역사관을 완고하게 견지하고 있음을 증명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야스쿠니 신사는 지금까지 줄곧 당시의 대외 침략이 정당했고 일본이 일으킨 태평양전쟁이 자위적인 것이었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다”며 “극동국제군사재판의 판결은 불법적이라고 떠벌리며 A급 전범 14명을 여전히 신으로 모시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아베 총리가 각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고집해 A급 전범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본심은 매우 분명하다”면서 “즉 침략이라는 기존 처분을 뒤집고 눈을 크게 뜨고 전범들을 새롭게 보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모든 양심 있는 사람들과 정의를 주장하는 국가들은 모두 이를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일본의 전후 질서 파괴 행위에 공동 대응하자고 촉구했다.

친강 대변인은 24일 정례 브리핑에서도 아베 총리가 설을 앞두고 중국인에게 화해의 메시지를 보낸 데 대해 “중요한 책임을 회피하고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아베 총리가 중·일 관계를 1차 세계대전 이전의 영국과 독일 관계에 비유한 것과 관련해 “보충할 게 있다”며 “지역 및 주변국과의 긴장을 야기해 국내정치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는 매우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중국 정부는 아베 총리의 신사 참배 뒤 각국 주재 중국 대사들로 하여금 현지 언론에 일본을 비판하는 기고문을 싣도록 독려하는 한편 일본의 중국 침략 역사 자료를 지속적으로 공개해 왔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