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불통 아베… 美 “과거사 사죄·야스쿠니 참배 않겠다는 보장하라” 압박

입력 2014-01-25 03:32 수정 2014-01-25 15:43
연일 주변국을 자극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국회 연설에서 집단 자위권을 입에 올렸다. 올해 안에 헌법 해석을 바꿔 집단 자위권을 행사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일본에 과거사 사죄와 야스쿠니 신사 참배 중단을 요구하며 직접 압박에 나섰다.

아베 총리는 정기 국회 개원일인 24일 국회의사당에서의 시정방침 연설에서 “집단 자위권이나 집단 안전 보장 등에 대해 ‘안전보장의 법적 기반 재구축에 관한 간담회(안보법제간담회)’의 보고서를 토대로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2012년 12월 두 번째 총리 임기를 시작한 아베가 국회 연설에서 집단 자위권을 명확하게 거론하기는 처음이라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안보법제간담회는 이미 집단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결론을 내린 상황에서 오는 4월 중 구체적 행사 방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복수의 미국 관리를 인용, 미국이 일본 측에 아베 총리가 다시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비공식적으로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미국은 한·미·일 3개국의 동맹이 흔들리지 않도록 위안부 문제 등 한국이 문제 삼고 있는 부분에 대한 해결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관리들은 일본이 2차 세계대전에 대한 이전의 사과를 다시 재확인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아베 총리에게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과 중국에 이어 일본을 방문 중인 윌리엄 번즈 미 국무부 부장관도 24일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 등과 회담을 갖고 아베 총리의 신사 참배 등으로 얼어붙은 한·중과의 관계 개선을 촉구했다.

미국이 일본에 대한 압박에 나선 것은 한·일, 중·일 관계 악화에 따른 동북아 지역의 불안정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WSJ는 오는 4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아시아를 순방할 때까지 미·일 양국이 동북아 긴장 완화를 위해 필요한 외교적 노력을 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 위협론’을 방위력 강화 등 안보 정책의 명분으로 삼는 아베 총리는 중국과의 갈등을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현재 중·일 관계를 1차 세계대전 이전의 영국과 독일 관계에 빗대어 설명하면서 비난을 받은 아베 총리는 24일 국회 연설에서 중국을 직접 거명하며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정작 전날에는 중·일 관계 개선을 바란다는 내용의 글을 동방시보 등 중국 매체에 실었다. 일본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에게 최대 명절인 ‘춘제’ 축하인사를 하는 형식이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